아빠가 돌아가시고 처음 화장터에 가보았다. 깊은 산속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흰 연기만 상상했던 화장터는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추위를 피해 들어간 곳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고, 엄숙하고 슬픈 분위기보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어쩐지 ‘죽음’보다 ‘삶의 생동’이 느껴졌다.
자리를 배정받고 까만 천막을 사이에 두고 아빠와 우리 가족은 마주 보았다. 아니 아빠는 이제 볼 수 없으니 우리만 아빠를 바라봤다. 인간이 죽으면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는 말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화력에 천막은 쉴 새 없이 펄럭펄럭 흔들렸고 기계가 돌아가는 굉음에 귀는 계속 먹먹했다. 덜컹거리는 기계음에 울음과 소음이 뒤섞이고, 태워지고 부서지고 갈아진 아빠의 몸은 동생이 품 안에 안을 정도로 작아졌다. 그것이 죽음이었다. 이제는 체온을 느낄 수도, 만질 수도, 눈을 마주칠 수도 없는 것. 그저 단 한 번만 바라게 되는 것.
“누나, 만져봐. 아빠가 아직 따뜻해.”
나는 유골함에 담긴 아빠의 마지막 온기를 느꼈다. 영하의 추위에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나눠준 핫팩보다 아빠가 뜨거웠다. 점점 식어가겠지. 차가워지겠지. 이제 아빠의 영혼은 어디로 향할까. 아니 그저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