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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Jun 24. 2022

《크리스티앙 보뱅 - 그리움의 정원에서 》

‘죽은 자들에게 말하는 방법은 수천 가지가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말하는 것보다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은 단 한 가지뿐이다. 변함없이 계속 살아가라. 더욱더 잘 살아가라. 무엇보다 악을 행하지 말고 웃음을 잃지 말라.’ P.49 《크리스티앙 보뱅 - 그리움의 정원에서 》


아이는 긴 봄방학이고 코로나 상황은 계속 심각하고 자연스럽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어른 사람과 대화나 목소리가 그리워지면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켠다. 보통은 광고가 나오지 않는 클래식 채널을 즐겨듣지만 정오가 되면 채널을 돌린다. 느긋하게 나를 위한 식사를 차리며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듣는다. 처음엔 책을 낭독해 주는 목소리가 좋아서 들었고 그다음엔 시를 이야기하는 금요일이 좋았고 이제는 매일 시간을 맞춰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되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밥을 먹다 종종 젓가락질을 멈출 정도로 마음에 꽂히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는 주저 없이 책을 사서 읽는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그리움의 정원에서》에서 그런 책 중에 하나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사랑받는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그녀에 대해 그리움과 사랑에 대해 쓴 책이다. ‘그리움의 정원’이라는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서 책을 읽지 않아도 작가가 한 여인을 얼마나 애틋하게 사랑했는지 느껴진다. 죽음의 상실감을 넘어 그리움과 사랑을 언어로 써 내려간 작가의 글에 개인적인 상실의 경험에도 작은 위로를 받았다. 더불어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해 본 적이 있는지 혹은 이렇게 충만하게 사랑받아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단어로 시작된 다시 책 읽기가 이제는 ‘사랑’으로 건너가려나 보다. 어떤 존재가 사라졌어도 사랑이 끝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끝이 아니라 계속 살아가고 사랑하는 거겠지. ‘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다 보면’ 그렇게 또다시 만날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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