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명한 사람의 사진보다 빗방울로 덮인 유리창이 더 흥미롭다.”
사울 레이터
무슨 책을 읽는지가 나를 말해준다. 나는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은데 항상 깊이가 없다. 관심이 생기면 일단 파고들기 시작해서 재능이 없다 싶으면 포기한다. 그게 언제나 인생의 문제다. 그래도 관심이 생기는 분야에 대해서 항상 책을 찾아 읽는다. 요즘 나의 관심은 다시 사진이다.
내가 20살이 되던 해 처음 보급형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다. 당시에 장학금으로 받은 돈으로 캐논 파워샷 S30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영화에 빠져 영화감독을 꿈꾸었으나 영화과에 가기에는 내 성적은 턱없이 부족했고 교내방송국 피디로 꿈은 끝났다. 대학에 가서 독립영화와 영화제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열정 노동을 바쳤지만 짧은 영상물만을 졸업 작품으로 남기고 사라졌다. 그래도 대학시절 사진 수업을 들으며 사진만은 취미로 꾸준히 찍었다.
작년에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수리하고 다시 사진 찍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데이비드 호크니 사진 작품을 보면서 잃어버린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올랐고 서울까지 문화생활은 못 가도 책으로 대리만족을 한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란 책도 사진전을 가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다.
사울 레이터는 1950년대부터 뉴욕의 거리의 풍경과 사람을 찍은 사진작가이다. ‘컬러사진의 선구자’로도 불리는 사울 레이터는 사진을 이론적으로 배우지 않았고 그저 50여 년을 거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상을 사진으로 남긴 사진가라는 점에서 사울 레이터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의 사진을 엮은 사진집도 그래서 좋았다. 빗방울이 덮인 창문이나 눈이 내리는 풍경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내가 사진을 찍을 때도 참 좋아하는 순간이다. 사울 레이터처럼 일상의 순간을 사진으로 더 많이 담아보고 싶다. 카메라를 들고 더 많이 거리를 걷고 싶다. 즐거워서 하는 일에 더 많이 시간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