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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

당신을 잊기로 했다

by 샤이닝로투스

당신을 생각하다

생각에만 그친 글자를 보았다

머리서부터 목구멍을 타고

입 속에서 맴돌다가

가슴에 내려앉은 시를 보았다

내 시는 이토록 가난하여

당신을 담을 글자가 없다

당신을 구사할 글자가 없다

슬픔이 비통함으로

짜증이 분노로 증폭되어

생각을 더듬고

가슴을 후비는 일을 반복하다

마침내 당신을 잊기로 했다

당신을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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