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네주신 분들이 제법 있었다. 이게 뭐 별거라고? 내게는 조금 별거 맞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첫 한 달이 지났다. 비록 출근하는 횟수도 적고, 시간도 짧긴 하지만 어쨌든 일정하게 주기적으로 ‘다닌다’는 의미로 보자면 그래도 한 달은 한 달이다. 다들 출근해서 자리를 지키고 한창 일하고 있을 때 조금 늦게 출근하는 나는 굳이 너무 튀지 않으려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이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 앉는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나를 일부러 부르면서까지 눈 맞춤을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누군가가 생겼다는 건 어쩌면 나라는 존재를 이제는 조금 인식하고 의식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아닐까.
오늘은 센터장님께서도 내 곁을 지나며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일부러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나를 불러주셨다. 심지어 나는 통로 쪽으로부터 등지고 앉아있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나를 불러준 선생님들께 기꺼이 활짝! 아주 헤픈 웃음꽃이 되겠다. 이것 보소. 나는 이토록 쉬운 사람이에요.
바야흐로 고독에 금이 가는 순간이다.
20대 중반 학원 강사를 할 때였다. 나 역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일 쩔쩔매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낼 때였는데, 새로 갓 들어온 후배 강사가 있었다. 나중에 둘 다 학원을 그만두고 시간이 제법 지났을 때, 자신이 정말 힘들 때 챙겨줘서 고맙다고 잊히지 않는다고 그 선생님으로부터 인사를 받은 적이 있다. 오히려 그 말에 내가 더 고맙고 감동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그때 내 코가 석 자여서 챙겼다고 해봤자 고작 일지 쓰는 법을 가르쳐주거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건네는 지나가는 말 몇 마디였을 것이다. 솔직히 그마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말 몇 마디의 그 챙김이, 힘들고 간절했던 후배에게는 오래도록 크게 다가왔었나 보다.
지금의 내 마음이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고독 속에서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은 다름 아닌 소속감이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동등하게 그들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느낌 말이다. 나를 먼저 불러주고 가장 기본적인 인사를 선뜻 건네주는 몇몇의 미묘한 변화 속에서 나는 조금씩 그 느낌이 들어서 더 반갑고 기뻤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그 후배 강사처럼 나 역시도 그랬다. 상대방은 기억도 못 할 아무것도 아닌 그 한마디가 오늘의 내게는 잊히지 않을 만큼 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