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작업실 있는 여자야!

꿈보다 해몽

by 햇살나무 여운


친구네 집에서 광활한 원목 테이블을 나눔 받아 오면서 고마움에 커피쿠폰으로 보답도 하고 친구들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더니 한 친구가 말합니다.


"작업실 있는 여자네~!!"


또 하루는 남편이 동료들과 인테리어 공사 협업을 나갔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와이프는 무슨 일을 하는지 묻게 되었다네요.


"우리 와이프요? 글 써요. 작업실도 있고, 아르바이트해서 본인이 직접 월세도 내요. 와이프 작업실 한 귀퉁이가 제 창고예요." 그랬답니다.


이런 걸 두고 바로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는 거겠지요? 0.0005초쯤 어깨뽕 살짝 올라갔다가 곧바로 부끄러움은 제 몫이 됩니다.


거기에 한술 더뜨는 남편 말이 가관입니다.


"여보, ㅊㅊ 집수리 사장님 와이프는 도배도 잘하고 자격증까지 있대요. 여보도 땁시다!"


"얼씨구! 왜? 아주 그냥 전기에 타일에 미장까지 하라고 하지 그래요?!

도대체 마누라를 어디까지 부려 먹을라구?"




사진은 뽀샵해도 현실은 뽀샵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여기는 지하입니다. 던전 앤 파이터? 아니고 던전 앤 라이터 Writer! 창문도 없고 아무도 찾지 않아서 동글 모드가 가능하긴 하지요. - 이곳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폐관수련을 하면 좀 더 인간다운 인간이 될지도?틀고 앉아 있는다고 도가 닦이나요, 붙들고 앉아 있는다고 글이 써지나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부딪히고 깨져야 도가 닦이듯 글도 쓰여지겠지요. -


그리고 이번에 알았어요. 창고가 왜 '창고'인지! 작의 통! 네버엔딩 퇴고!

글을 쓴다고 했을까? 다른 거 다 놔두고 나는 왜 하필 글을 쓰는 걸까?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연재는 왜 하고 있는 걸까요? 집에 가고 싶다. 가서 눕고 싶다.


'월세를 생각해. 월세값을 해야지. 이제 모든 기준은 월세야.'


지하동굴이 좀 예쁘죠? 예쁘긴 합니다.

전부 다 "있던 거야!"입니다. 집에 있는 예쁜 살림살이들을 사부작사부작 옮기고 있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며 남편이 걱정하며 말합니다.


"여기 7평밖에 안 돼요. 잊으면 안 돼요."


"지하니까 괜찮아. 무너질 걱정 없잖아."


저 영롱하고 어여쁜 핑크 티팟은 선물 받았고요. 이름도 제대로 못 읽는 저런 건 손 떨려서 내돈내산 못합니다. 글 쓰고 손그림 그린다고 해서 아이패드도 선물 받은 거예요. 아무래도 게으름 피울 수가 없네요.


제가 왜 이러고 있는 줄 아시죠? 놀고 있는 겁니다. 머리도 좀 놀려야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지 않겠어요?


유기농 보리차 한 잔 하실래요? 물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무인카페는 디카페인도 가능합니다. '얼죽아'이신 분들은 얼음컵 사다가 아.아.도 가능하지요. 핑크핑크에 이어서 노랑노랑 깔맞춤! 저는 아무튼 핑크인데, 어쩌다 노랑입니다. 인프제는요, 이렇게 혼자서 잘 놀아요. 충전되는 시간입니다.


작가님들, 우리 모두 성필(筆)하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무인편의점도 차릴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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