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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화담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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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Jul 11. 2024

날마다 조금씩 다가와 줄래요?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그 이야기 있잖아, 여우 이야기!"


"으응. 어린 왕자? 길들인다는 그 이야기? 읽어줄까?"


"응."


나는 그 페이지를 펼치고 여우 이야기, 장미 이야기를 읽어준다.


"계속 읽어 줄래요?"


"지금 길들이는 거예요?"


"응. 조금 더 계속 읽어 줄래요?"




글을 읽는다는 건 길들여지는 거구나.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거구나.

내게 조금씩 계속 다가와줘서 고마워요.

나를 읽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목요일에 온다면 나는 수요일부터

설렐게요. (사실은 월요일부터 기다리지만,)


오늘도 조금 더 다가와줘서 고마워요.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설렐 거야.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잖아. 넌 의식을 지켜야 해…….”

“‘의식’이 뭔데?”


 “‘의식’은 어느 하루를 다른 하루와 다르게 만들어주고,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거야. ”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인내심이 필요해.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저쪽 풀밭에 앉으렴. 내가 살짝 곁눈질로 널 바라볼 거야. 넌 아무 얘기도 하지 마. 언어는 오해를 낳거든. 그래도 날마다 내게 조금씩 더 가까이 와서 앉아.”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한글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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