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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철활인

모든 빛은 처음의 빛

김훈 <허송세월>

by 햇살나무 여운








이 빛은 세상에 처음 내리는 빛이었는데,
모든 빛은 처음의 빛이다.
새로운 빛 속에서 인간의 신생은 가능할 것이 틀림없었다.

탐욕을 내지 마라, 성내지 마라, 어리석은 생각을 일으키지 마라,
게으름 부리지 마라, 뽐내지 마라, 남에게 베풀어라,
혀를 너무 빨리 움직이지 마라, 새로워져라...

늘 접해서 별 느낌을 주지 않던 옛글의 구절들이
벼락 치듯 마음을 때렸다.


살려는 사람들로 가득찬 고속도로 위에
새로운 빛이 내렸고, 자동차들이 빛속을 달려갔다. ...


집으로, 가족에게로, 쉬는 곳으로,
따듯한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었고,

내일 아침에 다시 고속도로로 나올 사람들이었다.



- 김훈 <허송세월>



모든 빛은 처음의 빛이고

모든 길은 처음의 길이다

날마다 새로운 빛, 새로운 길이다.


생활의 길
생명의 길
살려는 의지
고해를 건너가는 길일지라도


날마다 벌어지는 일상일지라도

오늘 아침 눈 뜨며

새 날 새 빛 새 뜻 새 맘으로

마치 처음 발견하는 듯이 바라보면

매일 장엄할 수 있는 길이다.


빛이 장엄한 것이 아니라

길이 장엄한 것이 아니라

매일 빛을 보고

매일 길을 걷는

인간인 내가 장엄한 것이다.






"늦잠 자는 사람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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