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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철활인

유일한 위로

백경 <당신이 더 귀하다>

by 햇살나무 여운






손을 잡고 걸었다.

그런데 아이가 손을 잡아끌며

천천히 멈춰섰다.


"아빠."

"왜, 또."

"꽃길이 피었어."


벚꽃 잎이 빗물을 맞고

나무 발치에 내려 있었다.

걷는 내내 벚나무라

길에 꽃잎이 진 걸 두고

꽃길이 피었다 했다.

문득 울고 있던 그 소녀가 떠올랐다.

비바람에 내려앉아도

분명 꽃길로 다시 피어날

숨 쉬는 꽃비.


- 백경 <당신이 더 귀하다> 중에서 -






감히 안다고, 이해한다고

섣불리 어림짐작하지 않는 것.

그래, 어쩌면 진정한 위로는

'나는 너를 모른다'에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봄비가 내립니다.

부디 그대 앞에 꽃길이 내리길.


글벗이 제주도에서 보내준 꽃우물


https://youtu.be/4sgUbWo9y9g?si=KOXOVsQTuWfy3M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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