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쓰게 될 것>
폭우의 빗방울 하나.
폭설의 눈송이 하나.
해변의 모래알 하나.
그 하나가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 <쓰게 될 것>, 최진영
지하실에는 빛이 있었다. 매트리스와 담요, 이불, 식수, 서로 몸을 기댄 채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 남자는 그들 사이에 나를 내려놓았다. 여자가 물로 내 발을 씻겨줬다. 수건으로 발을 닦아주고 약을 발라줬다.
"괜찮아."
나는 지하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렸다.
우영이란 아이에게 내가 그린 파란 코끼리 그림을 선물로 줬다. 우영이는 나의 얼굴에 자기가 아끼는 스마일 스티커를 붙여줬다.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나의 신이었다.
- <쓰게 될 것>, 최진영
괜찮아.
사랑해.
한 방울의 기쁨이
거대한 분노와 두려움의 불길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품은 사람들
서로를 돕는 사람들
인간된 마음을 지키는 사람들
당신이 나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