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에거스 <눈과 보이지 않는>
"예술을 사랑하는 개가 다 있네."
그러다가 나는 다른 사각형보다 더 인상적인 사각형 하나를 보았다.
그 안에는 다른 세상이 담긴 것만 같았다.
그 모든 것이 그 사각형 안에 담겨 있는 게 무섭기도 했고,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했고, 나아가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최면에 걸리고 말았다.
그림의 목적이 인간들이 그 앞을 느릿느릿 지나다니게 하는 것이라면 뜻한 바를 이룬 셈이다.
마침내 모두가 자리를 떠났을 때 나는 가만히 서서 느긋하게 그림을 감상했다.
사각형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았다.
그 속에 담긴 소용돌이 그 안에 담긴 비논리 때문에...
왜일까?
전혀 말이 되지 않지만, 어쩐지 내 뼛속 깊이 새겨둔 수많은 질문에 답인 것만 같았다.
보고 있으면 액체로 된 어둠에 풍덩 빠져서는, 그 어둠의 일부가 되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혼란스러우면서 동시에 매혹적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그림은 내 마음을 온통 뒤흔들었다.
- 데이브 에거스 <눈과 보이지 않는>
"우리가 널 저 건물 안에 들여보내줄게.
아무런 위험 없이 전부 다 보라고."
"우리가 달리 할 일이 뭐가 있겠어. 우리에게는 온종일 빵조각과 감자튀김이나 뜯어먹는 것 말고 더 고귀한 목적이 필요해. 어쩌면 네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지켜주고, 그 괴상한 사각형들이 잔뜩 들어있는 이상한 건물에 들여보내는 게 바로 그 고귀한 목적인지도 모르지."
"중요한 건, 우리가 널 아낀다는 거야."
"친구!
널 친구라고 해도 괜찮지?"
"우리랑 함께 떠나자!"
"나랑 같이 가자!
넌 늙은 게 아니야. 그저 변한 거라고. 예전엔 날 수 있었고 지금은 걸을 수 있지. 나와 같이 달리면서 세상을 구경하자. 바다를 보고 메인-랜드라는 곳도 보자.
볼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보자고."
"네 등에 타란 소리야?"
"가끔은, 또 가끔은 걸어도 되고."
"우리가 해냈어."
자유
친구
모험
우정
지혜
겸손
용기
그리고 예술에 대해서 설명하는 대신에
이 책 한 권을 선물하겠어요.
말 대신 그냥 보여주겠어요.
우리에겐 더 고귀한 무언가가 필요하잖아요.
친구,
그대를 친구라고 불러도 괜찮겠죠?
※ 그림 도화지는 모두 책 속 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