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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철활인

장례식장에서

송경동 '혜화경찰서에서'

by 햇살나무 여운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너무하다고 했다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송경동 '혜화경찰서에서'


장례식을 치를 때 보면

울어주는 사람이 있고

욕해주는 사람이 있고

싸워주는 사람이 있고

밥 해주는 사람이 있고


그리고 누군가는

관을 뭘로 할지

장지는 어디로 할지

관 안에는 마지막으로 무얼 넣을지

꽃은 꼭 제일 비싼 걸로 해달라고 하고

결정하고 요구를 해야 하죠

손님을 맞고 절을 하고 할 일을 하고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다 치른 후

맨 나중에서야 조용히

겨우 우는 사람이 있어요


모두가 울고 있을 수만은 없고

모두가 욕하며 싸우고만 있을 수도 없고

각자 맡은 몫을 하는 거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모두가 자신의 방식으로

울고 싸우고 버티고 있는 거예요


그 중에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시를 읽고


날마다 장례식 같은

세상을 읊어주는 시인이 있어

그래도 참 다행이죠



#송경동 #혜화경찰서에서

#검은시의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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