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사월 어느 날'
바람이 이는가, 시야 가득 꽃잎들이 날려 왔다.
두 손 내밀어 받았다.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고
잘 잡히지 않았다.
이런! 애써 내밀지 않은 머리에
꽃들이 스스로 내려앉는군.
이거 괜찮네.
꽃잎 계속 내려앉는 머리를 들고
열에 떠 꽃 속을 돌아다녔다.
현관 앞에서 머리를 털려다 그냥 들어가
엘리베이터 오름 버튼 누른다.
하늘이 씌워준 환한 관 머리에 쓴 채 샤워에 드는 사람
이 세상 이 봄에 몇이나 될까?
끄트머리가 확 돋보이는 시 쓴 느낌으로
화관을 벗었다.
- 황동규 '사월 어느 날' 중에서, <봄비를 맞다>
애써 잡으려 손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꽃잎들만 쫓으며
내내 안달복달하느라
바라지도 않은 사이
머리에 화관 씌워준
하늘을 바람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지
인생의 많은 날들을
어리석게도 그리 보냈지
꽃비 샤워에 젖으며
회한을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