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인사

기차여행

by 햇살나무 여운




짧지만 느긋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간, 서울 가는 기차 안! 지하철이나 버스도 있지만, 기차를 선호하는 건 무엇보다 심리적 여백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까닭이 크다. 그래서 한두 번 더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기차를 선택한다.

한 번은, 유니폼을 반듯하게 갖춰 입은 연륜이 느껴지는 코레일 승무원께서 항상 주기적으로 열차 안을 돌며 살핀 후 물러나기 전 문 앞에서 돌아서더니 잠시 멈춘 후 승객들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정중하던지 그분과 눈을 마주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만 앉은 채로 답목례를 하고 말았다.

제대로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그 인사를 받고 답인사를 하는 이들도 거의 드물 텐데, 그것이 비록 유니폼의 힘이고 형식적인 업무매뉴얼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 지켜온 마음가짐과 태도는 소리 없이도 드러나는 법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품격은 그렇게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차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는데 분위기는 곧바로 대반전이다. 서로 밀고 밀치며 안으로 좀 들어가라고 거칠게 내뱉는 아저씨와 곧 내릴 거라고 날카롭게 되받아치는 아주머니 사이에서 숨이 조여 온다. 그러고 싶어 그런 게 아니라고, 내 마음 한 끗에 달린 일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하루하루 피부로 부딪혀 오는 삶은 참으로 각박하다.

기차는 잠시 비켜가는 여행이고, 지하철은 늘 맞닥뜨리는 일상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도 지켜지는 그 승무원의 인사가 떠오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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