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젖은 낙관' 《고요로 가야겠다》
툭 하고 떨어지는 게 있다
지혈되지 않는 슬픔
깨어진 파편 하나가 슥 긋고 가면서
마음의 실핏줄이 터졌는지
툭 하고 떨어지는
붉은 방울
이름을 써야 할 마지막 자리에
미리 와 찍히는
젖은 낙관 하나
- 도종환 '젖은 낙관' 중에서
슬픔을 쓰다 또 번졌다
슬픔은 참 잘 번져, 그치?
아무래도
혼자 외롭지 말라고 그런가 봐
번지면 번지는 대로 좀 두지, 뭐
슬픔이 좀 묻어나면 어때
싫지 않은데
아무래도 슬픔이 좀 필요했었나 봐
카르마의 집 한 채 지고
이 짐 아니었으면
도종환 '달팽이' 중에서
나는 짐이라 여겼는데,
당신은 집이라 말하네요
그 때문에 늘 버겁다 느꼈는데
그 덕분에 또 버텼다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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