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류?
사진이 발명된 이후 발전과정에서 큰 마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코닥필름, 라이카 카메라로 대변되는 필름을 이용한 카메라 시대가 한동안 사진의 모든 것을 대표했다.
그 뒤 1975년 코닥이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면서 사진 문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코닥은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상품화를 주저하면서 오히려 후발주자에게 시장을 뺏기고 결국 파산하고 만다.
이제 사진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필름 카메라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오디오 마니아가 LP판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 것과 같아졌다.
2007년 1월 9일 애플이 아이폰(iPhone)을 출시하자 사진은 이제 기록 수단을 떠나 놀이의 수단으로 변했다.
항상 소지하게 된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해 카메라 전문회사가 내놓은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줄어들었다.
반대로 사진놀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스마트폰 앱 시장이 커졌다.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 각종 SNS와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는 치장된 사진들로 넘쳐난다.
기계적 정확성과 일정한 화학적 변환으로 얻게 된 사실의 기록이라는 사진의 명제는 흐려졌다.
재미로 혹은 나쁜 의도로 변형된 사진이 인터넷 상에는 넘쳐난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앱이 촬영 순간에 보정, 혹은 수정된 사진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사진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의 시각도 변한 듯 싶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풍경사진은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을 이용한 사진들이다.
사진 전체가 고른 광량으로 보이고, 색감도 내가 본 것 보다도 더 강렬한 색감으로 치장된다.
극단적인 역광 사진 임에도 검은 그림자 부분을 볼 수 없다.
물론 우리가 눈으로 볼 때도 극단적인 검은 부분은 볼 수 없다.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곳의 상황에 눈이 순식간에 맞춰 주기 때문이다. 밝은 햇빛 아래서는 그 광량에 맞춰 사물을 보게 되고 어두운 곳에서는 재빨리 눈동자의 홍채를 연 뒤 보기 때문이다.
이미 변해버린 사람들의 시각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그냥 사진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사실의 기록과 전달의 역할은 신문과 같은 미디어 분야에 한정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그것도 사건 속의 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미 신문의 풍경 사진도 일반인의 사진 문법에 영향을 받고 있다.
다시 스마트폰의 카메라 앱으로 돌아와 보자.
수 많은 카메라 앱들이 선택을 받기 위해 앱 장터에 등록되어 있다. 아울러 후반 보정용 앱들도 있다.
좀 더 재미있게 혹은 좀 더 멋지게 인물이 나오게 만든다. 아예 적극적으로 다리를 길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는 스마트폰에 카메라 앱을 몇 가지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각종 필터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중 한 앱에서 알림 문구가 떠올랐다. '코리안 스타일 필터(Korean Style Filter)'가 새로 나왔다고 했다.
설기, 유리, 혜진, 미연, 두나, 은진, 효리라는 하위 메뉴가 나왔다. 각 메뉴마다 색감이 달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존 인물용 필터 메뉴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차이는 있어 보였다.
유명한 한국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한국스타일 필터, 한류 열풍이 스마트폰의 카메라 앱에도 불어닥친 것인가?
동양 여성은 그렇다 쳐도 서양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한류 열풍에 묻어 함께 갈 수 있다면...
불어닥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슬금슬금 한국의 문화가 세계 속에 젖어 들어가고 있단 뜻이니까.
다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는 국내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