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트리뷴'과 '시카고 선타임스' 비교.
페이스북에 사진 관련 내용을 올리는 페타픽셀(PetaPixcel)이 재미있는 기사를 올렸다.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시카고 트리뷴과 시카고 선타임스의 2016년 11월 3일 자 1면 사진을 비교한 기사다. 두 신문은 똑같이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우승한 사진을 실었다. 시카고 트리뷴의 사진은 자사 사진기자인 브라이언 카세라가 촬영했다. 선타임스의 사진은 AP가 촬영한 사진이다.
이렇게 두 장의 사진을 보면 시카고 트리뷴의 사진이 눈에 더 들어오고 편집도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카고 선타임스가 사용한 사진은 설명적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는 사진이다.
그러면서 기사에서 이 두 사진이 사용된 근본 원인에 관한 논란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선타임스가 2013년 5월 30일 자사에 소속된 사진기자 전체를 해고한 사건이 있다. 당시 소속 사진기자 28명 전원이 해고됐으며 이 가운데는 1982년 퓰리처상 사진부문 수상자 존 H. 화이트 기자도 포함됐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St. Louis Post-Dispatch)에서 일하는 포토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카슨은 트위터에 두 신문의 차이는 소속된 사진기자가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자 사진기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냐는 반론이 올라왔다. 또한 선타임스가 신문을 1면과 뒷면을 감싸는 용도로 특별 제작한 겉표지용이기에 이런 사진을 사용한 것 같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이 글에 대해 카슨은 반론에 동의하지만 소속 사진기자가 있다면 어떤 사진을 사용할지 결정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나는 이 글을 본 뒤 http://www.newseum.org/todaysfrontpages에서 선타임스의 1면 편집이 어떤 것인지 찾아봤다. ‘뉴스지움’은 세계 각국 신문의 1면을 볼 수 있는 사이트이다. 미국을 선택하면 미국에서 발행되는 575개의 신문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신문은 중앙, 동아, 조선, 매일경제, 아주경제, 코리아타임스만 볼 수 있다.
실제로 선타임스가 1면에 사용한 사진은 겉표지로 사용된 AP 사진과는 다른 사진이었다. 바이라인을 보니 선타임스 기자인 애슐리 레진이 촬영한 것으로 나와있다. 사진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좋아 보이는 사진은 아니다.
선타임스는 2013년 소속 사진기자 모두를 해고하면서 취재기자들이 사진도 촬영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면서 아이폰을 이용한 사진 촬영을 교육하기도 했다. 1면 사진도 아이폰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이 아닌가 싶다.
페타픽셀 기사는 사진기자 전원을 해고한 다음 달인 2013년 6월 하키팀인 시카고 블랙호크가 스탠리컵에서 우승한 기사를 실은 두 신문을 비교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오른쪽 선타임스의 사진은 정말 형편없는 사진이다. 선타임스는 글자를 키우고 붉은색을 바탕에 칠한 편집을 통해 만회하려고 했지만 독자의 눈길을 오래 붙잡지는 못한다.
디지털-모바일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미국의 신문시장 전망도 밝지는 않다. 그래서 신문사마다 살아남기 위해 인력을 줄이고 인쇄도 외주로 돌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실제로 선타임스는 2011년 9월부터 경쟁지인 시카고 트리뷴에게 인쇄를 맡기고 있다. 이미 배달도 2007년부터 트리뷴이 맡고 있다. 선타임스는 인쇄와 배달비용을 줄이고 트리뷴은 영업이익을 상승시킬 수 있기에 이런 계약을 한 것이다.
하지만 경비절감뿐만 아니라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신문제작 시스템이 올바른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전달매체로서 신문이라는 형태가 변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이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가 우승한 기사가 실린 3일 자 미국 신문들의 1면을 모아봤다. 자사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도 있지만 같은 AP통신의 사진을 쓰면서도 선택의 다양함과 편집의 묘미를 볼 수 있다. 미국은 동쪽과 서쪽 지방의 시간이 다를 정도로 시차가 있는 큰 나라다. 편집 마감 시간이 달라 경기 중간 정도 상황을 게재한 신문도 있다. 아예 1면에 야구 기사가 없는 신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