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모 Aug 03. 2020

왜 SNS에 사진 올리고 비난받을까

이제 SNS는 공공장소다. 개인적이라고 말해봤자 소용 없어진 지 오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등 각종 SNS는 이제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는 싸이월드라는 혁신적인 SNS가 있었다. 하지만 세계화를 못해 후발주자인 페이스북에 뒤지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찌 됐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은 각종 SNS 앱을 통해 시간을 보낸다. 특히 우리의 경우 정치˙연예 분야는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과열 현상을 SNS 초창기에는 (두리뭉실한 대명사인) 네티즌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온라인 관심사로 기존 언론 미디어는 포장하곤 했다. 현재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어지간한 SNS는 정보 발신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면서 확실하게 뉴스 생산기지로 자리했다. 사건 발생 직후 바로 나오는 정보가 각 개인이 지닌 스마트폰을 통해 확산되는 힘이 커지면서 신문 방송 같은 전통 미디어가 뒷북 뉴스를 전하는 매체로 사실상 전락했다.


페이스북 초창기에 개인적인 사진과 일들을 올리던 한 연예인은 언론이 자신의 사진과 글을 옮기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글을 옮긴다고 불만을 말하기에는 SNS의 성격과 기능이 상당히 달라졌다. SNS에서 인기인을 쫓는 몇 십만, 몇 백만 단위 팔로워는 방송·신문의 시청·구독자 이상의 힘을 지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거의 매일 같이 트위터를 통해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주요 신문의 1면 뉴스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달라졌으니 SNS 사용자들의 의식과 사용법도 바뀌어야 하는데 제대로 변하지 않은 지체현상이 보인다.


이 지체현상은 살짝 비겁한 모양도 보인다. SNS가  공적으로 다양하고 큰 영향력을 실제로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 매체라는 출발점을 핑계 삼아 실수로 나온 사적 의견이라고 발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개 정치인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보인다. 흔히 정치인과 연예인은 속성이 같다는 말을 한다. 한마디로 자신을 향한 팬층이 두꺼울수록 좋다는 점이다. 그래서 비난받을 일은 되도록 피하려 하고 혹시라도 발생하면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학적인 말로 덮으려 하기도 한다.


SNS에서는 말이나 글 보다도 사진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별다른 의견 없이 올린 사진이라도 사회분위기 혹은 대다수를 차지한 주류세력이 어디냐에 따라서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사진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연예인이 사적으로 움직인 모습도 받아들이는 대중 입장에 따라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https://1boon.kakao.com/interstella-story/allets_sulli

http://mn.kbs.co.kr/mobile/news/view.do?ncd=3522479


이와는 결이 약간 다르지만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대만계 쯔위(본명 저우쯔위·周子瑜)의 대만 국기 사건이 있다. 2015년 11월 공개된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방송에서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외교 문제로 까지 비화됐다. '트와이스'는 2015년에 데뷔한 걸그룹이다. 한국인 5명, 일본인 3명, 대만인 1명으로 구성된 9인조 다국적 걸그룹이다.


당시 한국 출신 멤버는 태극기를, 일본 출신 모모, 미나, 사나는 일장기를, 대만 출신 쯔위는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를 흔들었다. 이 모습은 생중계로만 전해졌다. 이후 본방송에는 편집되어 실리지 않았다. 그런데 두 달 후 타이완의 한 매체가 방송화면을 캡처해 쯔위를 애국자 이미지로 보도했다. 이 보도를 2016년 1월 8일, 타이완 출신 싱어송라이터인 황안(黃安)이 중국에 알리며 쯔위를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순식간에 트와이스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은 나빠졌고, 동방위성 TV의 명절 프로그램인 "춘완"(春晚) 출연이 취소됐다. 중국 내 여론이 심각해지면서 트와이스뿐만 아니라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다른 가수들의 활동도 취소 사태가 일어났다.

2015년 11월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출신 쯔위를 비롯한 트와이스 멤버들이 출신국가 별로 국기를 흔들고 있다.

결국 2016년 1월 14일, 정치·외교 문제로 커질 것을 우려한 JYP 측은 1, 2차 사과문을 통해 트와이스의 중화권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15일에는 쯔위가 직접 사과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에서 쯔위는 "오로지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양안(중국과 타이완)은 단일한 국가입니다.", "전 늘 저 자신을 중국인으로서 생각해 왔으며, 저는 제가 중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라고 밝히며 사과했다. 동영상 사과 이후 대한민국과 타이완 네티즌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인권 침해라고 JYP 측을 비난했다. 논란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커져 대한민국 외교부까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1월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쯔위의 사과 영상과 함께  "우리는 오늘로 전도가 양양한 중국의 미소녀를 얻었다. 쯔위에게 악플이나 악행을 할 경우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쯔위에게는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고생도 많이 하고 서바이벌을 통해 힘들게 데뷔했는데, 악플러들은 무시하고 용감하게 '중국의 빛'이 돼라"라는 말을 전했다. 쯔위는 트와이스 데뷔가 확정된 후, 자국에서 '타이완의 빛'이라는 칭호를 받은 바 있다.


16살에 불과한 소녀 가수가 예능 프로에 나와 자신의 국기를 흔들었고, 여기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외부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변질시켰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포장한 중국과 대만의 매체, 그리고 여기에 입장을 같이한 사람들로 인해 일이 엉뚱하게 부풀려졌다.


https://news.joins.com/article/19427401


이와 달리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다.

2010년 9월 방송인이자 가수인 신정환은 필리핀 세부에 체류하며 방송 녹화에 무단 불참해 '도박 빚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신정환은 2010년 9월 9일 오전 자신의 팬카페 '아이리스'를 통해 뎅기열로 입원한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도박설'을 전면 부인했다. 신정환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올렸지만 방송사 추가 취재를 통해 뎅기열이 아니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비난을 받았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0091011085723522&outlink=1&ref=https%3A%2F%2Fwww.google.com

신정환은 2010년 9월 9일 오전 자신의 팬카페 '아이리스'를 통해 뎅기열로 입원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과 검찰에서 공개한 사진이 논란이 됐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대전이 물난리로 1명이 사망했다는 방송뉴스가 뒤편에 나오고 있는데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다. 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황운하 의원도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재정·김승원·박주민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민주당 김용민·황운하·김남국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860118

이런 기사가 국민일보 온라인을 통해 나가자 다른 여러 매체에서도 같은 기사가 이어졌다. 그러자 사진에 등장한 황운하 의원은 "악마의 편집" "기레기 소리를 듣는 언론의 어처구니없는 기사"라며 언론을 비난하는 해명성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을 본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남겼다.

나는 온라인뉴스부 소속이다. 출입처가 없고 그냥 얘기될만한 것을 찾아서 쓴다. 그러니 유명인 페북을 보고 기사 쓰는 게 쪽팔리지 않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지 20여분 후에 링크한 기사를 썼다. 이후 중앙일보 등 다른 매체들이 줄지어 썼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밤늦게 해명을 올렸다. "웃어야 할 순간이 있고 심각해야 할 시간이 있고 팔 걷어붙이고 일해야 할 때가 있다. 악마의 편집이다. 웃는 모습이 필요한 순간에 침통해야 할 장면을 악의적으로 편집하면 전후 사정을 모르는 독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 오전에 공부모임에 참석했다가 때마침 방문했던 동료의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늘 그렇듯이 사진 찍는 분의 요청에 따라 웃는 모습을 연출했다. TV가 켜져 있었지만 누구도 TV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사진 찍는 순간 공교롭게도 TV 속에서 물난리 뉴스가 보도됐나 보다. 이 사진으로 물난리 특보 나오는데 파안대소 구설수'라는 기사가 가능하냐"고 했다.
그의 말이 일견 맞다. 아무리 지역구에 재난이 횡행해도 24시간 내내 침통하게 있을 수 없다. 웃을 수 있고 다른 의원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다만 지적할 포인트를 분명히 해야겠다. 본인들끼리 웃고 떠드는 게 문제가 아니고 이걸 자신들이 스스로 공론화시켜서 사람들이 그 모습을 봤다는 게 문제다. 악마의 편집을 한 건 언론이 아니고 최강욱 대표 혹은 사진을 찍은 사람이다. 공교롭게 폭우 소식이 TV에 잡혔을 때 찍었고, 필터링 없이, 숙고 없이 그냥 올렸다. 나는 그냥 내 눈으로 찰나의 장면을 보고 썼다. 최강욱 대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도 검찰개혁의 뜻을 공유하는 인싸들과 다정한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을 거다. 대학 동아리나 회사 내 친목모임이면 그렇게 프리 하게 해도 된다. 아무도 신경도 안 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라는 분들이, 대전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까지 포함한 무리가 국지적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한껏 어필해 놓고선 논란이 되자 언론 탓하는 것은 본인들의 정무감각이 제로라고 고백하는 꼴이다. 대전 중구에 사는 한 친구는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황운하 의원이 수해 복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집이 잠기고 난리는 났고. 자신이 뽑은 이가 저러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한 SBS 기자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는지 모르고 웃음을 보였다가 사과했다. "전 국민이 비통한 가운데 부적절한 장면이 방송되어서 세월호 승선자 가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아픔을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기자도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자가 웃는 모습을 의도치 않게 목격했고, 결국 허리를 굽혔다. 황운하 의원도 비슷한 케이스 아닌가? 어떻게든 논란이 있을 법한 모습이 노출됐으면 일단 지역주민에게 사과하는 게 예의 아닌가. 누가 몰래 그들의 모습을 찍어서 올린 것도 아니고.

저번 고민정 의원 언급할 때도 그랬지만 자랑스러운 금뱃지를 다셨으면서 아직도 본인들이 일반인인 줄 아는 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언론에게 당한 게 많고 이 갈리게 싫은 건 알겠는데 스스로가 언론과 얽히지 않으려면 논란이 될 짓을 그냥 안 하면 된다. 모여서 웃고 떠들고 끝냈으면 아무 문제가 안됐는데 그걸 기어이 자랑하려고 이 시국에 페북에 올려서 이 사달이 났다. 기자가 프로 불편러다, 기사가 악의적이다, 역시 기레기는 답이 없다고 정신 승리하기 이전에 과연 본인들이 의원에 맞는 처신을 하고 계신지 돌아보는 게 순리 아닐까. 경찰 혹은 변호사였을 때야 뿌리 깊은 피해의식만 가지고도 승승장구했겠지만 이제 무려 국회의원 아닌가. 잘못을 인정하면 지는 거다, 라는 그 마인드로 과연 4년을 버틸 수 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https://www.facebook.com/highstem/posts/3241914612527888


그러나 여론이 불리하게 형성되자 황운하 의원의 발언은 처음 "악마의 편집"에서 "진중"→"죄송"하다는 입장으로 변했다. 결론은 "죄송"으로 됐지만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공적인 인물이 사용하는 SNS는 사적인 행동이 될 수 없으며 이미 SNS는 공적인 공간이 되었음을 깨닫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38328

이와 비슷한 일이 검찰에서도 일어났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사끼리 몸싸움이 일어난 것도 이례적이고 이후 응급실에 입원한 것도 이례적이다. 무엇보다도 병원에 누운 사진을 공개한 것이 이례적이다. 내 의견은 이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 게 좋았을 듯싶다. 증거 제일주의인 검찰 속성상 입원할 정도로 아프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 해도 온라인 상에서는 앞서 언급한 가수 신정환의 입원 사진과 비교되기도 했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1/2020080100085.html?utm_source=urlcopy&utm_medium=share&utm_campaign=news

https://news.joins.com/article/23839287?fbclid=iwar0rrgoczvki9zl4l_4y2fpbvsmjgooapoaxnef-gfme-lsgb76_9oadjiy

정치권과 검찰이 올린 사진에 대한 논란은 SNS의 글과 여기에 달린 댓글이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여론을 주도하면서 생긴 일이다. SNS의 가벼운 속성은 빛만큼 빠른 속도로 퍼진다는데 있다. 공적인 인물은 자신이 말한 발언의 무게를 생각하고 영향력을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자신이 사회 지도층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제된 의견과 영상만을 SNS를 통해 전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된다면 담긴 무게로 인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SNS가 되지 않을까? 물론 일반인들도 이런 방향에 동참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빈모]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19 퇴치될까? 그 이후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