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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Aug 10. 2020

붉은 동그라미

경험, 배움의 차이로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사실에 대한 존중은 중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눈이 색을 구별하는 능력을 갖게 된 이유가 뭘까? 지구별에서 살기에 무언가 유리한 점이 있기에 이렇게 진화했을 거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먹을 것을 찾기에 쉬웠을 것이다. 색 구별 능력 덕택에 붉은 과일이 더 달고 맛있고 초록색은 시거나 떫고 맛이 없다는 것을 먹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태양에서 나오는 다양한 빛 중 파장이 380~780nm 범위인 전자기파를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 한다. 사람 눈은 가시광선을 인식한다.(사람이 만든 학문이고 사람 눈이 볼 수 있는 범위이니 가시광선이란 말을 붙였을 것이다.) 눈의 망막에 있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가 빛을 받으면 신경신호로 전환시킨 뒤 뇌로 보내 사물을 보고 색을 구분한다. 인간이 가진 세 가지 원추세포가 파란색(440nm), 초록색(505nm), 빨간색(570nm)을 감지해 다양한 색을 볼 수 있게 한다. 결국 인간이 잡식성이기에 이렇게 다양한 색을 인식하게끔 진화했다.


이와 달리 동물은 사람과 다르게 본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반려견을 넘어 가족 대우를 받는 개는 사람과 다르다. 육식을 주로 하는 늑대에서 길들여진 개는 색보다는 움직이는 동물을 보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살아서 움직이는 싱싱한 고기(?)를 찾는데 색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흔히 개가 흑백으로 세상을 본다고 알고 있지만 잘못 알려졌다. 개는 빨간색과 초록색을 볼 수 없는 적록색맹에 가깝다. 개는 노랑(555nm)과 보라색(429~435nm)을 감지하는 두 가지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다. 대신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가 더 많아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불빛도 개는 감지 한다. 당연히 늑대가 어두운 밤, 숲 속에서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뛰어난 후각으로 먹이를 쉽게 추적한다.


사진 파일을 선택하면 개가 보는 시각으로 바꿔주는 홈페이지.
https://dog-vision.andraspeter.com/tool.php
멍멍이가 보는 세상.
같은 듯 다른 인간과 동물의 눈(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블로그)


새는 네 가지 원추 세포를 가지고 있어 자외선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뱀은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동물은 사람과 다르게 세상을 본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신이 보는 물체나 색에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색을 분류한 뒤 색마다 다른 느낌이 있음을 배운다. 배움이라는 과정이 생각을 고정시키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인류 대부분은 색마다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이 있다.

이런 인간의 능력이 미술이라는 예술 장르를 만들고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앞서 말한 배움은 실제 적용 과정에서 일방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에서 붉은색은 국기의 기본색이다. 붉은 피를 상징하고 열정을 상징한다. 그래서 북한의 경우 거리에 붙은 각종 구호를 붉은색으로 쓰기도 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붉은색은 일상적으로 위험을 뜻하고 주의하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신호등의 붉은색은 정지신호이고 공사장의 붉은색 표어는 주의하라는 뜻이다.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신문 기사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변하면서 예전에는 통신사의 기사와 사진을 쉽게 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일반 신문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함께 볼 수 있다.

한 블로거의 글을 봤다.

https://m.blog.naver.com/CommentList.nhn?blogId=cheerupgo&logNo=221819850259

통신사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화면 속의 붉은 동그라미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답을 했는데 일장기를 표시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이 글에 붙은 댓글에는 '왜구 기레기'라는 말이 등장했다. 또 다른 댓글에는 "심지어 이런 사진을 사용하는 신문사가 친일 스탠스에 서있다는 건 의혹 제기할만한 충분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네요."라는 글도 보였다. 심지어 "일부러 넣는 거예요. 왜구가 돈대나 봐요"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한 댓글도 있었다.

사진 취재현장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빨간 신호등, 혹은 ENG카메라의 빨간 전원등이 사용되곤 한다.

댓글에는 현직 사진기자가 자세히 설명한 글이 있었다.

"청와대 빨간불, 국회 빨간불 등을 검색해 보시면 사진기자들이 어떤 상황에 빨간 불빛(신호)을 사용하는지 의도를 이해하실 거라 믿습니다. 영상은 음성, 자막, 편집을 통해 내용을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지만, 사진기자들은 정지된 한 컷의 사진에 그 상황의 육하원칙을 담고자 고민합니다. 그 고민 속에 저런 빨간 신호등이나 불빛이 나오게 된 것이고요. 결정적 순간이 담긴 사진 한 컷은 영상과는 다른 큰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정지, 비정상, 긴급, 어려움을 연상케 하는 빨간불을 브리핑하는 보건당국 수장들과 함께 보여주며 코로나 19의 심각성과 당국의 긴장감을 사진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저 빨간 원은 일장기와 무관한 빨간 신호등 즉 “정지”, “위험”, “위기”등을 의미합니다. 정부나 기업의 추진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거나 위기 상황에 놓인 인물이나 사안에 대해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ENG 카메라의 빨간 전원 등이나 스트로버의 빨간 전원 등을 넣어서 촬영한 것입니다. 더 검색해보시면 녹색 신호등을 넣은 사진기사 등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의 개념이죠. 신호등의 정지와 통행의 의미로 생각하시면 이해 가실 거라 봅니다."


네이버, 다음 같은 포탈에서 댓글이 이성적인 의견 제시 혹은 교류가 아니고 말초적인 감정 배설 장소로 변한지는 오래다. 이러한 폐해가 쌓여 이성적인 반론이 들어와도 듣지 않으려 하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버렸다. 댓글 창에서 현직 사진기자의 자세한 설명이 있음에도 수긍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물론 경험과 배움의 차이로 한 사안에 대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 있음에도 수긍하지 않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왜 이리 갈갈이 찢어진 사회가 된 것인지 답답하다. [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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