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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Nov 24. 2020

내 얼굴이 아닌데요.

아날로그 성형은 갔다. 디지털 성형 전성시대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소지품 중에 손거울이 있나요? 여성이면 휴대용 파운데이션 용기에 부착된 거울이라도 있을 겁니다. 남자라면? 글쎄요... 가지고 있기보다 없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점심 먹고 난 뒤 이빨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거울이 없다면 화장실 거울이라도 이용해야겠죠. 그런데 요즘은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거울은 없지만 스마트폰은 대부분 가지고 있으니까요. 스마트폰 카메라 앱을 셀카 모드로 하면 손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예 손거울 앱이 있어 확대 기능을 이용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상화된 스마트폰의 기능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제 경우는 1위 시계 기능, 2위 날씨, 3위 카카오톡 같은 문자전송, 4위 카메라 기능, 5위 SNS, 6위 뉴스, 7위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시청, 8위 음악 듣기, 9위 간단한 게임... 대충 이런 것들 일 겁니다. 개인에 따라 순위는 다르겠지만 비슷할 것 같네요...


이중 카메라 기능이 스마트폰 사용과 함께 사람들의 행동과 관점을 크게 바꾼 듯합니다. 일단 멋진 공간 혹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습니다. 물론 SNS에 올리기 위함이죠. 그리고 자신을 찍는 셀카를 필름 카메라보다 월등하게 많이 찍습니다. 요즘은 셀카를 전문으로 - 그러니까 실제보다 더 멋지게 나오게 만드는 - 카메라 앱이 등장했습니다. 피부톤을 정리해 좀 더 밝게 만들고 눈을 키우고 얼굴 형태까지 바꿔주는 거의 성형 전문(?) 앱이 인기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셀카를 찍다 보니 성형 앱을 통해 만든 사진이 자신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듯합니다. 물론 실제 모습이 아님은 알지만 온라인 상에서 보이는 자신을 포장하는... 한편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다른 이 앞에 나설 때(특히 SNS와 같은 온라인 상에서) 해야 하는 (예의 바른) 화장술의 일종이라고 (기본으로) 생각하게 된 듯싶습니다.

실제로 사진관에서도 이제는 포토샵이라는 막강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 부분을 수정해 주고 있습니다. 일단 강한 조명을 이용해 메이크업한 얼굴의 잡티를 안 보이게 만들고, 그래도 남은 흔적은 포토샵을 이용해 제거합니다. 그 뒤 얼굴 윤곽과 눈매 등을 보정해 완성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되니 입사지원서에 붙은 사진과 실제 면접장에서 만난 사람이 달라 보이는 일이 생깁니다. 여성 지원자뿐만 아니라 남성 지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저희 회사 사원증 디자인을 바꾸면서 전 직원 얼굴을 새로 촬영해야 했습니다. 계열사 전체를 담당하는 외부 지정업체가 있긴 했지만 자회사인 저희는 사내 사진팀에서 직접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하니 재미있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여직원은 사진 촬영 후 상당한 수준의 보정이 당연했습니다. 디자이너 같이 포토샵을 다룰 줄 하는 직원은 사진 파일을 받아 직접 보정 후 넘겼습니다. 남직원은 여직원만큼 보정을 하진 않아도 잡티 제거 같은 (기본적인) 보정은 했습니다.


사실 취재 현장에 가보면 사진에 대한, 특히 자신의 얼굴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 다름을 느낍니다. 젊은 남성 CEO의 경우 인터뷰하기 전 메이크업을 한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목주름을 지워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찍은 사진을 모두 주면 자신들이 손 본 뒤 전해주겠다고 말한 분도 있습니다. 잘 모르고 한 말이겠지만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사진기자가 취재한 것을 내놓으라는 말이고 이는 일종의 검열과 같으니까요...ㅎ

하기사 요즘 연예인들의 경우 소속사에서 배포한 사진만 지면에 게재하도록 한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완벽하게 수정된 사진이죠.(얼굴뿐만 아니라 팔다리 등을 늘씬하게 만든 것은 보통입니다)


조선일보 2020년 9월 26일 자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무튼, 주말] "연예인 NO, 내 셀카 사진처럼 성형 수술해주세요!”


기사를 보면 영국 성형외과 의사 티지언 이쇼가 말한 ‘스냅챗 이형증(snapchat dysmorphia)’이란 말이 나옵니다.  스냅챗은 이용자 얼굴 사진을 꾸며주는 필터가 유명한 메신저 서비스입니다. 이 필터를 사용하면 매끄러운 피부로 만들고, 작고 갸름한 얼굴에 큰 눈으로 만들어 외모를 바꿔줍니다.  

기사에는 ‘보정된 셀카 사진과 같은 얼굴을 갖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원한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건 외과가 아닌 정신과 의사다.’라는 2018년 11월 미국의학협회 학술지(JAMA) 안면 성형수술 분과에 실린 논문의 경고도 인용되어 있네요. 이 논문은 “필터링된 이미지는 현실과 환상 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 집착하게 하는 정신질환(신체 이형증)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019년 9월 베트남 매체인 Kenh14는 중국 출신 콩 나트(Cong nhat)의 민낯 공개 참사(?)를 알렸습니다. 그녀는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화장과 패션 전문 SNS 스타입니다. 그런데 라이브 방송 중 뷰티 필터를 꺼버리는 실수를 해 민낯이 드러납니다. 결국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팬들은 비난과 함께 떠나게 됩니다. 사실 그녀 외에도 SNS 상의 여러 유명인들이 민낯이 공개되면서 곤란을 겪습니다.

라이브 도중 실수로 쌩얼 공개돼 폭망 한 SNS 스타 TOP3

[사진 Cong nhat weivo/gamek.vn]

이와 반대로 중국 SNS 웨이보에서 여행, 뷰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샤오샤오는 민낯 얼굴을 스스로 공개해 호감을 얻은 경우입니다. 민낯을 공개한 후 오히려 팬들은 그녀의 솔직함을 인정했고 화장술도 실력이라며 호응을 보내기도 합니다.

[사진 weibo 邢晓瑶]

이렇게 생얼을 공개하는 사람도 있지만 SNS에 등장하는 미인들은 디지털 기기가 만들어낸 허상만을 보여주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보는 이들도 뷰티 필터 효과임을 감안하고 보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그렇다 해도 실제가 아닌 모습에 만족하는 모습이 진심인지 그냥 휘발성 높은 카메라 놀이인지 확실하게 단정 짓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제는 뷰티 필터로 얼굴을 바꾸는 것이 중국인들의 놀이 문화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자신이 생각 외모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인지... 그런데 그 생각이 자신의 생각이라 믿지만 결국은 (자신이 사라진 공간에 들어선) 타인의 생각과 기준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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