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5와 비교.
휴대폰은 삼성 갤럭시 5를 쓰고 있었다. 2년 약정이 끝났지만 그냥 쓰고 있었다. 요즘은 통신사와 묶여 휴대폰을 2년마다 바꾸는 것이 흔한 일이다. 사실상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새 제품이 큰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통신사와의 2년 약정이 지난 뒤 6개월간 요금감면 혜택 연장이 끝났다는 메시지가 왔다. 요금감면을 받으려면 대리점에 가서 계약을 다시 하란다.
대리점에 갔다. LG V20광고와 함께 삼성 갤럭시 노트7 광고가 있었다. 현란한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결국 나도 2년마다 휴대폰을 바꾸는 대열에 동참했다.
사실 갤럭시 5가 약간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메모리를 거의 채울 정도로 앱을 설치해 동작이 느려졌다. 카메라 기능도 이상했다. 앱 장터에서 설치한 카메라 앱은 문제없었다. 그런데 삼성 자체의 카메라 앱을 사용하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결국 공장초기화를 한 뒤 앱 다이어트를 했다. 그런대로 쓸만해졌지만 카메라 앱은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작은 화면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갤럭시 노트7으로 기기변경을 할까 했다. 그런데 폭발사고가 났다. 문제가 발생하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LG V20을 구입했다. 약간 싸기도 했다.
LG의 선전대로 음악 듣기는 정말 좋았다. 오디오 전문업체인 뱅 앤 올룹슨과 협업으로 제작했다는 말 그대로 음악 감상의 급이 높아졌다. 물론 이어폰의 질도 높아진 것도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음질 손실이 적은 무손실 음악파일이 3분여 길이의 곡이 700mb 내외에 달할 정도로 대용량이다. 그러니 V20의 저장공간이 64기가라도 금세 가득 찰 수밖에 없다. 물론 음질은 확실히 좋았다. 오디오 마니아인 회사 선배도 괜찮다는 평이다. 고급지게 음악 감상을 하려면 대형 외장 메모리를 덧붙여야 할 것이다.
음악 앱 중에 거원 제트오디오라는 앱이 있다. 이 앱을 이용해 음장효과를 주면 비슷한 음질로 들렸다. 물론 음장효과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튜닝을 마친 V20 자체 앱과 번들 이어폰을 통해 듣는 것이 조금 더 나았다. 그리고 갤럭시 5로 들었을 때보다는 나았다.(소리 듣기는 개인적인 편차가 심하니 내가 듣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듣는 것 못지않게 녹음 기능도 고급화했다. 녹음 앱은 최대 24bit/192kHz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수준이다. 또한, 두 개의 마이크가 좌우 입체 음향을 구분해 기록한다. 녹음 상황에 맞춰 녹음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사진 기능은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일단 광각렌즈가 하나 더 있다는 점이 상당히 편하다. 이 점은 많은 블로거, 뉴스 등으로 소개됐으니 내가 더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화질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밝은 햇빛 아래보다는 어두운 밤에 본 사진이 어떤지 살펴보았다.
가로등 불빛이 나무 사이로 비치는 산책길이다. 뒤편 그림자 부분은 뭉개진 듯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노이즈를 억제했고 자동으로 맞춘 색온도도 큰 무리가 없다. 자동모드로 촬영한 위 사진의 해상도는 3264x1836 조리개 1.8 노출시간은 1/7이다. 특이하게도 ISO 감도는 0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보다 밝은 장소에서 촬영한 것은 ISO가 2950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마도 최대한 자신이 올릴 수 있는 수치까지 올린 뒤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정한 것이 아닌 가 싶다. 재미있는 것은 노출시간, 즉 셔터스피드가 1/7이지만 흔들림이 없다. 제대로 잡고 촬영만 하면 느린 셔터 속도에도 흔들림 없이 촬영이 가능하다. V20은 자이로 센서를 이용해 손떨림을 측정한 뒤 보정해주고 이와 함께 촬영 중인 이미지를 실시간 분석해 소프트웨어적으로 흔들림을 줄여주는 기능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위 사진은 LG V20 자체 카메라 앱으로 촬영했다. 이번에는 포토샵으로 유명한 아도비에서 만든 라이트룸(Lightroom) 앱을 이용해 촬영해 봤다. 원래 라이트룸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파일을 컴퓨터에서 처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특이하게도 안드로이드용 라이트룸 앱에는 RAW 파일인 DNG 형식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으로 촬영한 뒤 라이트룸 앱에서 손질을 하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
V20이 화면이 큰 편이긴 하지만 작업하기엔 불편했다. 작은 스마트폰에서 작업한다면 더욱 불편할 듯싶다.
그래서 PC로 파일을 옮겨 작업을 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작업한 것과 PC에서 작업한 것을 비교해 봤다.
이 사진은 V20에서 라이트룸 앱을 이용해 작업했다.
PC로 옮긴 다음 아도비 브릿지에서 불러들여 작업한 결과이다.
RAW 파일로 촬영한 두 사진 모두 V20 카메라 앱이 촬영한 JPG 파일 형식의 사진에 비해서 거친 노이즈가 심하게 보인다. 대신 어두운 부분이 뭉개지지 않았다. 아마도 V20 자체 카메라 앱은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처리가 되면서 뭉개진 듯싶다.
전체적인 색감은 자체 카메라 앱에서 처리한 것이 더 좋아 보인다. 물론 내가 라이트룸을 이용한 작업이 서툴기 때문에 이 정도 결과물을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라이트룸 앱에서 RAW 파일 촬영 시 기본적인 카메라의 하드웨어적인 기능이 좋을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만은 틀림이 없다.
아쉬운 점도 있다. 요즘 스마트폰은 작은 크기지만 각종 기능을 처리할 수 있다. 더욱이 최고급 프리미엄급 스마트 폰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화 기능은 기본이고, 인터넷, 사진 촬영 및 보정과 수정, 음악 감상, 녹음, 심박수 측정 및 만보계를 비롯한 건강 관련분야, 오락, 뉴스,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된다.
일단 만보계의 기능이 아쉽다. 삼성 갤럭시에는 S헬스라는 앱이 있다. 삼성은 기본적인 만보계 기능에 다양한 기능을 첨가해 건강관리 앱의 기본축으로 삼고 있다. LG V20에도 LG헬스라는 앱이 있다. 만보계 기능을 비교해 봤다.
LG V20에 삼성의 S헬스 앱을 설치해 비교했다. 위가 S헬스 앱이고 아래가 LG 헬스 앱이다. 일단 걸음수가 차이가 난다. 걸음수가 적을 때면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많이 걸을수록 차이가 크다. 일단 걸으면서 보면 삼성의 S헬스 앱은 걸음마다 숫자가 올라간다. 이에 비해 LG 헬스 앱은 10걸음 내외로 걸은 뒤에 한꺼번에 숫자가 올라간다. 그리고 걸음마다 기록하는 S헬스 앱이 더 정확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삼성의 S헬스 앱에는 심박수를 측정하는 앱이 함께 있다. 그러나 이 앱은 삼성 스마트폰에서만 활성화되는 기능인 듯 싶다. 왜냐하면 심박수를 측정하기 위해 카메라의 플래시 광량을 조절시킨 뒤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래시가 지닌 광량의 최대치를 비추면 손가락 접촉 시 뜨거워져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심박수 측정하는 외부 앱을 이용해도 하드웨어적인 광량 조절이 불가능해 대부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결국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자신의 폰 성능에 맞게끔 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LG V20도 이런 점을 감안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전체적으로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는 소프트웨어 적인 부분에서 LG가 모자란 느낌이다. 삼성은 갤럭시 폰 시리즈와 함께 여기에 맞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영어사전, 오피스 프로그램(구글이 오피스 프로그램을 출시해 별 차이가 없어지긴 했다.) 카메라 앱에서 다양한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별 필요 없는 것도 있지만 나름 소프트웨어를 통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삼성 갤럭시 노트7의 폭발사고로 삼성이 주춤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한 LG로서는 V20을 통해 반전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나는 사실 LG가 분발하길 바란다. 시장에서 강력한 두 라이벌이 있어야 한국의 소비자는 행복하다. 물론 당사자들은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한 경쟁력은 세계 시장에서 생존력을 높여줄 것이고 결국 두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