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모 Nov 15. 2021

겹겹 첩첩(疊疊)

세상은 한 겹이 아니다. 겹겹이 쌓이고 첩첩되어 있다.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대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에베레스트 산과 같이 웅장한 산세를 올려다보는 것도 멋지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상의 여러 모습이 함께 보이게 때문이다. 사실 에베레스트를 올려다보는 풍경도 주변에 보이는 낮은 산봉우리 등이 비교되고 겹쳐 보이기 때문에 멋져 보인다.

흔히 좋다 나쁘다로 귀결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얼핏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평가도 멋진 풍광처럼 주변에 겹쳐진 다양한 모습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다만 사람은 흐르는 시간에 걸쳐서 모양이 바뀌는 다양한 환경, 그리고 가치 기준이 다르기에 한눈에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 비해 평가하기가 쉬워 보인다. 흐르던 시간이 죽음으로 멈춰졌기에 인생 전체를 조망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사는 평가자들의 이해 득실에 따라서 평가결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를 사는 내 모습을 스스로 평가해 보자. 나는 단순한가? 복잡한가? 멀리 생각할 것도 없다. 집안에서의 나와 직장에서의 나, 그리고 술집에서 술 취한 나와 사우나 속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 다 같은 사람이 맞다. 그런데 지나던 사람이 그 순간의 나를 보고 판단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나를 돌아보기 전에 타인을 먼저 본다. 숨 쉬며 살아가는 일상은 나 보다 타인을 더 의식하고 보게 만든다. 그러면서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현재를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까지 드러난 모습으로 유추한 미래를 평가할 것인가? 어려운 일이다. 내년에 자신의 기준에 따라 평가한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까? 아니면 열 가지를 알고 있으니 미래 모습 하나를 확실하게 알까?

투표지 한 장을 지닌 우리는 오늘의 생계를 위해 매일 같이 움직인다. 유리에 비친 내가 진짜일까? 아니면 무엇일까? 그리고 당신은? [빈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