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딴짓

by 신작까

시나브로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말이다.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브로 나를 의심하고, 당신을 의심하고, 커피를 마신다. 시작할 때와 지금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


시나브로는 방향을 말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은 쌓이는 방향을 보장하지 않는다. 글을 쓰려고 앉았지만 시나브로 검색을 하고, 시나브로 딴생각을 한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다. 시나브로는 의지 밖에서 일어난다. 너무 작아서 감지되지 않는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다른 짓을 하는 동안, 여전히 뭔가를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손은 다른 곳을 향했고, 시선은 다른 것을 좇았다.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다른 것을 했다.

나중에야 깨닫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던 게 이게 아니었는데.


시나브로 글을 쓴다고 했지만, 실은 시나브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이 글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이걸 읽을 사람이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시작하려던 그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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