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

by 신작까

돈을 쓰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다.

시간을 쓰면 적어도 남는 게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썼다. 꽤 많이.


그런데

남은 건 만족이 아니라,

왜 만족스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이었다.

보통 이쯤되면 사람들은 말한다.

의지가 부족했다고.
집중력이 없었다고.
끈기를 길러야 한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의지나 끈기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호기심이 있었다. 분명히.

그 호기심은 진짜였다.

다만 그것을 어디에 쓰려 했는지가 달랐을 뿐이다.


호기심을 깊이를 위해 쓰지 않고,

지름길을 찾는 데 썼다.

지름길은 또 다른 지름길을 낳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를 잊는다.

뭔가를 잘 하고 싶었던,

그 단순한 시작만 기억날 뿐이다.


어느 날 잠깐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여러 번 시작해왔다는 것,

그 시작의 양 자체가 쌓였다는 것.

완성되지 않은 시도들.

중간에 멈춘 것들.

지름길이었다가 막힌 것들.

그것들이 전부 조각이었다.


그리고 그 조각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잘 하려고 시작했지만

잘 하지 못한 것들이 오히려 나를 설명하고 있었다.


깊이로 가지 못한 호기심들이 그래도 어딘가에 흔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작했다는 것, 그것이 지름길이었든 아니었든,

어쩌면 그 반복 자체가 방향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뭘 하려고 했던 걸까

라는 질문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직 시작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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