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

by 신작까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않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다가 하늘을 원망하며 새로운 것을 찾다가 또 시작해버린다.


우리는 시작을 결심이라고 착각한다.

새로운 일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면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작은 결심이 아니라 반복이다.


첫 번째는 쉽다. 새 프로젝트를 열고, 첫 페이지를 쓰고, 첫 강의를 듣는다. 그 순간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두 번째가 오지 않는다.


이유를 찾는다. 방법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더 나은 방식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늘을 탓한다. 때가 아닌가 보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 그렇게 또 새로운 것을 찾는다.

시작이 쌓이면 성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은 쌓이지 않는다. 시작은 과정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다음에 두 번째가 와야 시작이 된다. 두 번째 없는 첫 번째는 시도일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은, 두 번째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늘의 뜻은 첫 번째 이후에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 끝에 확인되는 것이었다.

지금 두 번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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