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할 때는 확신이 있었다.
끝에 가서는 기도를 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속 백강혁 의사가 전쟁터로 떠나며 말했다.
신이시여, 나를 믿으소서.
신에게 의존하지 않는 선언이었다. 나를 믿어보라는 확신. 결과를 부탁하지 않는 태도.
나는 반대로 살았다.
시작할 때는 '나'를 믿는다.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중간쯤에서 멈춘다. 그리고 결과 앞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게 부탁한다. 제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왜 시작할 때의 확신은 끝까지 가지 못하는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믿음이 향하는 방향이 달랐다.
시작할 때의 믿음은 '나'를 향했고, 끝에서의 믿음은 '결과'를 향했다.
시작은 언제나 자신을 믿는 데서 출발한다.
해낼 수 있다는 감각. 그러나 그 믿음은 과정이 아니라 완성을 전제로 한다.
잘될 것이라는 기대.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 그래서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믿음은 흔들린다. 흔들린 믿음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나는 몇 번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번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간 것은 많지 않다. 중간에 멈췄고, 멈춘 자리에서 기도했다.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시작할 때는 신이 필요 없었는데, 끝에서는 신이 필요했다.
"신이시여, 나를 믿으소서." 결과를 부탁하지 않는 말. 자신이 할 일을 할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신은 지켜보라는 뜻이었다.
믿음이 '나'에서 '결과'로 옮겨가는 순간, 시작은 멈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시작 앞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