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과거에서 온다고 배웠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현재를 설명하려 든다.
'그때 그랬으니까 지금도 안 될 거야.'
이 문장은 기억을 근거로 삼은 판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억도 상상도, 실체는 없다.
둘 다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이미지일 뿐이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과 미래를 그려보는 것,
둘의 차이는 방향뿐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과거만 믿고
미래는 '허황되다'고 치부하는가.
어떤 사람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다 멈췄다.
머릿속에는 작년에 실패한 기억이 선명했다.
'나는 원래 의지가 약해.'
이 문장은 과거를 근거로 현재의 나를 규정한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미래의 내가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을 상상했다면?
'나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야.'
이 문장은 미래를 근거로 현재의 행동을 선택한다.
둘 다 '없는 것'을 믿는 행위인데,
한쪽은 나를 멈추게 하고
한쪽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기억은 안전하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틀릴 일이 없다고 믿는다.
상상은 불안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헛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하지만 기억도 매번 다르게 기억된다.
같은 사건을 떠올려도
그날의 기분, 지금의 상태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기억은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재구성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미래도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이미 그랬으니까'의 근거로 삼듯,
미래를 '이미 그럴 나'의 근거로 삼는 것.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번 시작만 하고 끝을 못 내는 사람이야."
이것은 과거를 근거로 한 자기 규정이다.
그 말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나는 여러 번 시작해온 사람이야.
실패를 기억하면 나는 실패자가 되고,
시작을 기억하면 나는 시작하는 사람이 된다.
둘 다 같은 과거를 본 것인데
선택한 문장이 현재를 바꾼다.
과거는 이미 끝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둘 다 지금 여기 없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믿고 오늘을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