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떠들고 다녔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랑이 먼저 나갔다.
어떤 일을 하겠다는 선언.
왜 이게 좋은 아이디어인지, 왜 지금이 맞는 시점인지.
말하는 동안 상대방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 순간, 어딘가 충분한 느낌이 들었다.
막상 시작하려는 시점이 오면,
흥미가 사라진다.
보통은 여기서 의지의 문제로 정리된다.
하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원한 것이 '시작'이 아니었을 수 있다.
시작을 자랑한 것이 아니라,
'시작 전'을 자랑했던 것이다.
아이디어를 말하는 순간, 이미 목적이 달성된다.
인정받고 싶었던 건 결과가 아니라,
그 생각을 떠올린 자신이었다.
그래서 시작했다는 기억은 많지만,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선언은 많았는데,
결과물은 늘 고요하다.
자랑할 '시작'이 사라지면,
다음 아이디어 사냥에 나선다.
시작을 목적지로 삼은 사람에게,
도착은 늘 출발 전에 있다.
깃발을 꽂기도 전에, 흥미는 이미 소진된다.
그래서 또 다음 시작을 찾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공허함의 방향을 알아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