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꽃보다 미녀들'의 몽골 여행기

떠나고 싶지 않아요,

by 신잔잔


잠을 자다가, 꿈을 꿨다. 샤워를 하는 꿈. 정말 진심으로 한 6번쯤 꿨던가. 드디어 씻을 수 있는 게르에 왔다. 머리가 쉽게 떡지는 편인 나는 드라이샴푸를 매일같이 해도 기름이 좔좔 흘렀다. 잠을 자다가 렘 수면 상태로 들어갈 때마다 언제 6시가 되어 내가 씻을 시간이 될까 생각했다. 아침이 되어야 태양열로 물을 데울 수 있다고 한 탓이다. 6시가 되었고 드디어 물이 따뜻한지 보러갔다. 얼음장이다. 오늘 아침이면 된다면서.


그럼에도 나는 얼음물 샤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에서 생기는 불상사를 없애고자 하는 집념이었다. 2시간 쯤 후 솔라를 봤는데 내가 날씨가 굉장히 추움에도 불구하고 샤워하는 꿈까지 꿔서 샤워했다고 했더니 막 웃었다. 그러면서 일단 60 키로미터 밖에있는 다른 도시에 가서 따뜻한 물로 씻자고 했다. 이런 사막 한가운데에서 사실 얼음물이었어도 감사하다. 소소한 평범한 것들이 참 감사한 곳이다.


지나가다가 어떤 게르에 들렀다. 알고봤더니 거긴 운전사 아저씨네 집이었다. 실제 몽골인 게르를 경험하는 기회였다. 아저씨는 낙타를 400마리 키운다고 했다. 아저씨가 나에게 '아로즈'라는 낙타젖으로 만든 치즈 같이 생긴 것을 줬다. 솔라가 몽골에서 이걸 많이 먹으면 이가 좋아진다며 자기 할머니가 이 '아로즈'를 자주 먹어서 지금까지 치과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단다. 오호, 신기한데, 하면서 베어무는 순간 먹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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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즈'와 '애맄'

그 다음으로 마셔보라고 준 것은 낙타 젖으로 만든 '애맄'이라는 몽골 술이었다. 애들은 대체로 잘 못먹던데 나는 시큼한게 술 맛도 많이 안나서 다 먹었다. 역시 난 현지에 가면 웬만한 것을 다 즐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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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저씨의 꼬마 아이들



기사아저씨 집에 있던 순수하고 귀여운 꼬마 애기들이다. K가 가져온 사진기로 우리를 찍어주는 애기들인데, 여행객들이 집에 자주 방문하는지 우리와 금방 친해졌다. 남자애기는 많이 어리긴 했지만, 여자아이는 엄청 똑똑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니까 김치찌개도 알고 우리에게 영어로 인사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낙타를 몰기도 하고, 말 그대로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서 신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처음부터 궁금했던 게르의 위쪽에 있는 동그란 부분은 뭔지 물어보았다. 겨울에 추울때 굴뚝으로 쓰인단다. 또 아저씨네 집은 겨울에 날씨가 추워지면 실제로 이동하는 Nomadic(유목민)이라고 했다. 점심만 먹고 다시 출발할 시간이 되니, 아저씨의 엄마가 국자에 우유를 담아서 나온다. 알고봤더니 몽골 엄마들은 아들이 어디 멀리 떠날 때 우유를 담은 국자를 들고 나와서 뿌린단다. 아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거라고.. 역시 세계 어디든 자식들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같은 가 보다.


게르 숙소에 도착했다. 노을이 정말 예뻤다. 솔라가 말하길 전날 노을이 빨가면 다음날 날씨가 따뜻하다는 몽골인 선조들의 지혜가 있다고 한번 믿어보란다. 우리가 날씨도 잘 모르면서 무모하게 와서는 매일같이 오들오들 떨며 너무 추워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몽골의 북쪽으로 와서 그런지 날이 더더욱 추웠다.



20170827_160018.jpg?type=w773 몽골의 노을


한참을 밖에서 마지막 밤의 별을 보다가 잠에 들었다. 마지막 밤이라니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우리의 아쉬움을 모르는지,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었고, 마지막날 아침은 실제로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eye treatment spa'에 갔다. 산에서 나오는 물인데 눈에 좋은 물이라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 오면 땅에서 물을 얻어 눈을 씻는다. 시력이 너무너무 안좋은 나도 당연히 눈을 씻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이름도 어려운 박가가자링촐로(Baga Gazariin Chuluu)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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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가자링촐로(?)


이 곳은 중국과 러시아의 repression time에 수도승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당시에 몽골인들과 티벳 수도승들을 양국에서 그렇게 많이 죽였다고. 중국-몽골도 약간 역사적으로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붙어있는 나라들은 사이가 좋을 리가 없다.


솔라가 세계사를 잘 아는지 물었다. 정말, 진심으로, 1도 몰라요... 라고 말하면서도 왜 내가 모르는 지 이해되지 않았다. 기본중에 기본인데, 왜 이것도 모르는거지.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사, 세계사를 다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를 모르니 여행을 가도 그 나라에 대해 다 알지 못하고 온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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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족사진(?) / 그리고 우리 솔라언니



몽골에서의 최종 일정으로 크리스탈 동굴에 갔다. Repression Time 때 Monks(수도승)들이 숨었던 동굴이랬다. 동굴 깊이만 20m인데도 불구하고, 결국은 발견되어서 죽임을 당했단다. 크리스탈은 이후에 인간들이 다 가져갔단다.


한참을 다시 달려 어느덧 비포장도로도 끝나고 드디어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그런데 몽골의 수도인 이곳의 매연은 정말 중국보다 심하게 느껴진다. 예전에 베이징에 갔을 때도 공기가 안좋다고 느꼈는데, 여기는 그것보다도 심하다.


솔라와 함께 마지막 셀카를 찍고 솔라를 데리러 온 남자친구를 구경(?)하고 우린 헤어졌다.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에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지금까지도 나는,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를 묻는다면 최고가 몽골이 아닐까 싶다.



추억도,

사람도,

아직 발전되지 않은 자연도,

밤에 누워 별을 보던 시간도,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웠다.


언젠가 다시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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