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꽃보다 미녀들'의 몽골 여행기

신비로운 나라에서

by 신잔잔

숙소에 도착하니 새로운 환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떨어질 것만 같은, 매우 좁은 2층 침대였다.


철망이 없어 무서운 2층..


결국 좁은 1층 침대에서 L과 같이 자기로 했다. 불편한 동침을 끝내고, 아침에 일어나 매니저 같은 사람을 만났다. 예약만 하고 온 상태였기 때문에 돈은 언제주면 되냐고 했더니 투어 끝나고 주란다. 우린 보증금도 없었는데 신뢰도가 대단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인생 최고의 가이드였던 Sola와 함께 몽골 고비(Gobi)여행을 시작했다. 운전하는 아저씨는 영어를 잘 못하고 굳모닝 한마디 정도 아는 듯 했다. 솔라는 영어를 잘 하기에 물어보니, 중국과 일본에서 유학했었단다. 몽골 엘리트였다. 한국인들이 여행 와서 몇 마디 알려줬던 한국어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한 마디 알려주면 기억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는 노력파이기도 했다. 첫 날은 총 700km를 달려왔는데 가다가 레스토랑에 들러 밥을 먹었다.


몽골의 음식에 대해 다들 걱정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기름이 너무 많고 고기가 질기긴 하다. 사실 난 뭐 다 잘먹는 편이라 양고기 냄새는 괜찮은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이틀 지나니까 질리긴 했다. 아무튼 솔라가 오늘 추우니 옷 단단히 입으란다. 가다가 노래를 틀었다. '하늘을 달리다'. 몽골의 맑은 하늘과 함께 듣는 한국의 음악이 참 새롭다. 언어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다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인간들이 아닌가. 몽골의 하늘은 그런데 왜 이렇게 더 가까워 보이던지.


몽골의 하늘
처음 마주한 낙타 무리, 그리고 차창 밖의 몽골



딱히 들른 곳 없이 이동만 했는데도 밤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콘크리트 바닥도 아니고, 우당탕탕 거리는 모래 위를 달리는데 어두운 밤 속에서 불빛이라고는 우리가 탄 차의 헤드라이트 뿐이었다. 그러다가 운전기사 아저씨가 길을 잃은 것인지 어딘가에 막 전화를 했다. 그러고 시간이 좀 지나니 누군가가 우리 차량을 데리러왔다. 정말, 너무 신기했다. 우리가 보이는 것은 땅과, 하늘과, 불규칙한 모래알들이 뒤섞인 모래알들, 그리고 헤드라이트 불빛 뿐이었는데. 도대체 우리가 있는 장소를 그 사람은 어떻게 알았으며, 우리가 있는 장소를 어떻게 기사 아저씨가 말해준 것일까. 정말 이 사람들은 별의 위치를 보고 말하는 것일까. 알 수없는 의문과 신기함만이 남아 있었다.


드디어 게르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하늘을 가리던 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입으려고 가져 온 옷을 바닥에 깔았다. 그렇게 넷이서 옹기종기 게르 앞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예전에 남자친구가 한 말이있다. 군대에 있을 때 별이 엄청 보이는 곳에 가니 지구가 둥글게 보였다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있는 곳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는 기분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곳에서의 나는 그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생명체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화장실을 가기위해 어디있냐고 물어봤는데 '저기'라고 알려줬다. 정말 1도 안보이는 '저기'였다. 결국 그냥 게르 근처 풀밭에서 볼일을 봤다. 별은 저렇게나 밝은데 지구는 전혀 비춰주지 못하는 거리인가 보다.


그렇게 한참 별을 보다가 자러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7시 쯤에 눈을 떴다. 게르에서 보낸 첫날 밤의 후기는... 얼어죽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몽골을 가려고 한다면 무조건 따스한 침낭과 수면양말이 필수다. 발가락에 동상이 걸릴 뻔 했다. 일어나서는 세수를 해야 했지만, 물이 없는 사막 한복판이기에 물 한모금도 아깝다. 결국 우리는 일어나서 가져온 물티슈로 세수했다. 아니, 닦았다는 표현이 맞겠지. 그래도 시베리아열차에서 많이 해봐서 꽤나 익숙해졌다. 비록 피부에 뭐가 나긴 하지만.


신기한 것은 게르에서는 태양열로 불을 켠다는 점이다. 태양열을 이 정도로 가깝게 일상에서 이용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20170824_175925.jpg?type=w773 얼어 죽기 직전의 모습인 나



몽골 투어의 가이드는 몽골의 역사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전부 담당해 준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솔라가 해주는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달리다가 어느 순간 비포장도로로 왔다. '미쳤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나 덜컹거릴수가. 그럼에도 둔감도 200%를 자랑하는 우리들은 그 상태에서도 잠을 잔다. 대단한 우리다.


잠시 후 잠에서 깬 나는 솔라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솔라,몽골 여자들은 보통 언제 결혼해?"

"음.. 몽골인들은 보통 20~21살에 결혼해. 빠른 사람들은 18살에도 하지."

"솔라도 그럼 결혼했어?"

"난 평범한 몽골인이 아니야~ 이건 커플링이야 ㅎㅎ"


그렇게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가 얼마 지나지않아 Yol Valley에 도착했다. 말을 타겠냐고 물어서 총 60000투그릭을 내고 타기로 했다. 4명 다합쳐서 3만원 정도이다. 근데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재밌었다. 우리나라에서 타는 것처럼 잠시 근처 한바퀴를 도는 것이 아닌 타고선 꽤 오래 이동을 한다. 말이 잘 달리지 않도록 훈련시켜 놓아서인지 굳이 누가 잡아주지도 않는데 그냥 말이 알아서 길을 간다. 그리고 선두에는 솔라가 서 있었는데 역시나 몽골인 답게 솔라는 말을 매우 잘 탄다. 그 뒤를 그냥 다른 말들이 따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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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Yol valley. 이곳은 원래 1년 365일 얼어있었는데 지구 온난화때문에 지금은 10월 말에서 4~5월정도까지만 얼어있다고 했다. 인간이 정말 지구를 망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지구의 온도가 바뀌는 때가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는 사실은 확실하니깐 참 슬픈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중간부터는 말에서 내려서 걸었다. 귀여운 마멋(설치류)들이 많았고 돌탑처럼 쌓아놓은 곳도 보였다. 역시 전 세계 어딜 가든 탑을 쌓고 소원을 비는 것은 똑같은가 보다. 솔라가 거기서 작은 돌을 여러개 주워서 던지며 세 바퀴 돌면 산에 있는 영혼들에게 정기를 주며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랬다. 몽골인들이 믿는 자연의 신 같은 것이랄까. 자연에 감사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우리도 그 의식을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아까 우리 말을 끌어주던 애기랑 아버지가 조각들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거기서 조각 하나를 샀다. 그리고... 늑대 뼈도 샀다. 나는 왠지 모르게 쓸데없는 것을 사는 게 좋다. 다들 왜 그런 이상한 걸 사냐고 묻지만, 그냥, 단순한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탓일까, 그런 것들이 난 항상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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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깎아 만든 모든 물품들



말을 중간에 다시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야크라는 동물도 봤다. 내려서 낙타인형 파는 데서 샤갈이라는 몽골 전통 놀이를 보았다. 우리나라의 윷놀이 같은 건데 양의 뼈로 만든 것으로 몽골의 명절에 하면서 일년의 운세를 점치기도 한단다. 그래서 나는 또... 샀다... 쓸데없는 것을 사는 본능.


한참을 비포장도로를 더 달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30분 정도 쉬고 낙타를 탔다. 숙소 바로 앞에서 낙타를 탔는데 정말 재미가 없다. 냄새만 나고, 엉덩이 아프고, 발도 아프고, 하염없이 걷기만 한다. 그냥 낙타 뒤의 혹을 잡는 게 신기한 정도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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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와 함께 하루를



저녁으로 솔라가 해준 소고기 음식을 먹고 게르 숙소에서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먼 거리에 있는 Sand Dune 으로 갔다. 슬리퍼를 신고 갔다가,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결국 맨발로 걸어올라갔는데, 죽는 줄 알았다. 모래사막을 걸어 올라가는 것은 한 걸음 올라갈때마다 다시 4/5 정도가 내려오게 된다. 정말로 일주일 운동 안 했던 것을 하루 만에 다 했다. 영원같았던 1시간 30분 정도를 거의 마지막엔 네 발로 기어 올라가면서 겨우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가면서 솔라가 그랬다. 자긴 2년 동안 가이드하면서 여기 세 번 왔는데, 만약 한번 더 스케쥴에 이게 들어간다면 그 사람들한테는 니네만 올라가라고 할거라 그랬다. 몽골 현지인도 어려운 모래사막.. 결국 정상에 도착했다. L은 중도 포기했지만.


그런데 웬걸 정말 진관경이었다. 그렇게 이쁠수가 없다. 역시 힘들게 올라간 것에는 그만큼의 아름다움이 뒤따른다. 눈으로 담긴 만큼이나 우리 사진도 정말 이쁘게 잘 나왔다. 배경 자체는 보이는 것만큼 다 담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그림자샷은 꽤나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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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안나와서인가, 더 예쁘다


돌아와서 내일 아침 일정은 따로 없으니 점심먹고 오후에 출발하자는 솔라의 말을 듣고 우리는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금 첫 날처럼 돗자리를 깔고 바닥에 누워 한~참동안 별을 봤다.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우리 모습이다. 다음날 일찍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가 여유로웠다.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던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 몽골로 여행 온 느낌과 아름다운 쏟아질 듯한 별들과 바닥에 누워있는 우리 네 명.


여행의 낭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때의 모습이라 감히 말 할 수 있다.


K는 휴대폰을 달고 살았던 과거가 너무 어리석어 보인단다.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으면 이런 세상이 존재하는 데 말이다. 우린 유심을 따로 넣지도 않았고, 사막이라 어차피 데이터가 잘 터지지도 않는 상태였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더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로를 마주할 수 있으니깐.


그리고선 게르로 들어와 마신 낮에 마트에서 사둔 보드카를 마셨다. 우리 넷 모두 다행히도(?) 술을 즐기는 편이다. 꽤나 높은 도수였던지라 다들 취한 채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술을 마시면 새벽같이 일어나곤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알코올이 잠을 방해하는 듯 하다.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아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한시간 즈음 밖에서 기다렸는데도 구름이 많아서 해뜨는 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아래는 시간대별로 내가 촬영했던 몽골의 모습이다. 컴퓨터 바탕화면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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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별 몽골의 모습


해뜨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 광활한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사실도 좋았고, 몽골의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에 날리는 것도 좋았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낭만이 가득한 날이랄까. 아침을 먹고 나서도 시간이 꽤 많았던 우리는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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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먹고 두시간쯤 지났나.. 또 점심을 챙겨주는 우리 솔라 언니. 너무 고맙고 감사한데.. 푸짐하게 주려고 해서일까 많이 줘서 배가 너무 불렀다. 몽골에서는 음식 맘기는게 예의가 아니라 들어서 고민고민하다가 푸세식 화장실에 버린 소심한 4인방이다.


이후에는 비앙작 절벽에 갔다. 여긴 미국인들이 와서 공룡 흔적을 발견하고 공룡 화석을 가져가기 위해 파헤쳐서 만들어 진 곳이라고 한다. 또 전 세계에서 공룡알이 처음으로 발견되어 공룡이 알을 낳는 동물임을 알았다고 한다. 여기서 발견된 화석은 하나만 울란비토르에 있고 나머지는 미국인들이 다 갖고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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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작 절벽


비앙작 절벽에서 바라보는 인간이란 하나의 점과 같이 느껴진다. 지구는 이렇게 광활하고, 우주는 이 지구가 먼지 티끌만큼의 크기도 되지 않을텐데,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내가 갖는 고민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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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K의 교감(?)



몽골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많이 본 외국인들은 프랑스인이었다. 그래서 솔라에게 여기는 왜 프랑스인들이 많냐고 물어봤다. 그녀가 알려주길 프랑스 사람들에게 몽골은 천국이라 여겨진다고 한다. 자연이 넘치고 모든 땅들에 주인이 없어서 어딜 가서든 텐트치고 자도 되고. 그 이유란다. 프랑스인들 답다. 자유와 철학이 이끄는 나라 아닌가.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려는데 솔라가 닭볶음탕을 해준 것이다. 어메이징. 처음으로 만들어봤다는데 진짜 너무 감동이었고 너무 맛있었다. 우리보고 걱정했는데 잘먹어서 너무 좋단다. 만약 솔라가 몽골에서 한국 레스토랑을 차린다면 여행 올때마다 매일 갈 거라고 말했다. 정말 고마운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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