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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Apr 30. 2024

#3. 엄마와 딸의 피렌체 탐방기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여유를 되찾다

4일 차 아침 밝았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간다고 느낀다. 오늘은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인데, 12시 25분 기차로 예매를 했더니 시간이 여유로웠다. 한국에서는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났는데, 여행을 오니 아침에 엄마와 나 모두 뭉기적거리며 일어나게 된다. 물론 엄마와 내게 뭉기적 거린다는 것의 의미는, 피렌체에서 뭘 할지 그날 아침에서야 알아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렌체로 가는 기차 예약은 Omio라는 어플을 통해서 이미 한국에서 해왔었는데, 유럽 여행 시에 버스, 기차, 항공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어플이다. 수수료가 약간 있어서 직접 표를 끊는 것보다는 비싼 것 같았지만 그래도 미리 예약을 잡아둘 수 있어서 안하지 않다는 장점 분명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기차에는 트랜이탈리아와 이딸로 두 종류가 있었는데, 트랜이탈리아는 우리나라로 치면 KTX, 이딸로는 SRT 느낌이라고 한다. 나는 엄마를 모시고 가는 것이다 보니 조금 더 최신식이자 깨끗한 느낌의 이딸로를 선택하였다.


엄마와 마지막 조식을 즐기고 조금 더 뭉기적 리다가 기차 탑승 시간보다는 조금 더 일찍인 10 반 즈음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테르미니역에서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까지 가는 데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지 않았으나, 래도 도착하면 2시가 넘은 시간이 될 예정이기에 테르미니역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가려는 심산이었다.


테르미니 기차역은 정말 크고 내부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전날 기차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벽에 붙어있던 태국음식을 광고하는 것을 보았는데, 유럽의 짠 음식들이 벌써부터 물리던 차였기에, 국물을 먹고자 국 음식점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기차역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던 광고판만 보고 온 것이었으니, 치를 전혀 모르는 채로 테르미니역을 거의 휘젓고 다녔다. 모든 기차역을 샅샅이 뒤지고 나서야 겨우 2층 가장 구석에 위치해 있던 그곳을 찾아. 그곳에는 엄마와 나처럼 유럽 음식들이 물리다고 느꼈을 법한, 기차 시간을 앞둔 한국인 가족들이 꽤 있었다. 절반 정도는 한국인들이었던 것 같다.


일하는 직원들은 그 넓은 곳에 서너 명 정도 되었는데 딱 봐도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뿔테 안경을 쓴 언니가 혼자서 거의 다 일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느릿느릿한 유럽 특유의 사람들 같았지만 그 언니만큼은 한국에서 일해도 충분하다고 느껴질 만큼, 속이 시원할 정도로 오랜만에 보는 빠릿빠릿함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그 언니를 통해 탄탄면 하나와 팟타이 하나를 시켰는데, 한참 후에야 나온 탄탄면은 물 탄 듯 한 애매모호한 싱거움이 있었지만 팟타이만큼은 정말 맛있었다. 물에 탄 듯 싱거운 탄탄면도 그간 먹었던 짠 음식을 생각하면, 마치 자린고비처럼 간이 맞아지는 느낌이었다. 짠 음식 한 번 생각하고, 식거운 국 먹고,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면 진짜로 간이 맞아지는 느낌이 든다. 어찌 되었건 국물이 들어가니 조금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엄마와 나였다.

나름 맛있던 팟타이


이탈리아에서는 계산을 하는 것이 항상 고역인데, 앉아서 계산을 기다려야 할지, 나가서 직접 계산하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사람들의 동태를 자주 살피곤 했는데, 태국 음식점이라 그런지 이탈리아 사람들도 일어서서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경우가 반, 앉은자리에서 계산하는 경우가 반이었다. 당연히 엄마는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이른 점심까지 먹고 나서도 우리가 너무 일찍 온 탓인지 기차시간까지는 꽤나 시간이 남아 있었. 배낭과 캐리어를 들고 계속 서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커피나 한 잔 마시 역 안에 있는 한 카페에 갔다. 유럽에 왔으니 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켰고 엄마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는데 역시나 따뜻한 커피는 이탈리아에서 어딜 가도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국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 잔은 왠지 그 씁쓸함이 여행의 달콤함과 함께 어우러져 혀 끝에 감돈다.  때문에 여행지에서는 꼭 에스프레소를 시키는 편이다.


카페에서 옆에 단체로 앉은 60대 남짓 되어 보이는 외국인 아줌마 무리들을 보았다. 영어를 쓰는 것을 보니 미국인들 같아 보였는데, 세계 어느 나라 아줌마들은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커피 두어 잔 시켜서 8명이 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들 시끌시끌했다. 양말을 벗는 아주머니들도 있고, 매너가 없었다. 모든 아줌마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 있는 아줌마들은 우리나라였다면 많은 눈총을 받았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로 이제 기차를 탈 시간이 다가왔다. 엄마와 나는 1등석에 탑승하기로 했다. 7년 전 혼자 여행을 왔을 때는 기차를 타도 가장 싼 것만 탔었고, 멈추는 기차역마다 일어나서 캐리어를 감시했었는데, 엄마가 그런 불안함이 싫다며 1등석을 타자고 하셨기 때문이다. 역시 나보다 부자인 엄마와 함께 다니는 여행의 메리트다. 1등석은 우리의 좌석 머리 위로 캐리어를 다 올릴 수 있었다. 나야 배낭이었으니 쉽게 넣을 수 있었는데, 엄마의 캐리어는 무거워서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멋지고 매너 좋은 이탈리아 아저씨가 올려줬다. 전부 그렇진 않겠지만 정말로 여긴 매너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느낀다. 멋진 아저씨, 그라찌에 밀레! 1등석에 편안히 앉아서 가다 보니 갑자기 음료랑 간식까지 준다.


머리 위에 소중히 보관한 짐가방


드디어 피렌체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버스 티켓 4장미리 사놓았다. 기계에서 구매하는 것이긴 했는데 고장이 잘 난다고 쓰여있어서 미리 다들 사놓으라는 평이었다. 얼핏 봐도 그래 보이는 기계였다. 14번 버스를 기다려서 선 하우스로 갔는데 버스가 잘 안 오고 늦게 다닌다더니 의외로 너무 잘 다닌다. 시간 잘 맞춰서 온다. 코로나 이후로 뭔가 시스템이 다 좋아진 느낌인 것도 같다. 그렇게 도착했고, 역에서 좀 멀긴 했지만 집은 괜찮았다. 설명을 엄청 열심 해주는 집주인. 크고 검은 강아지도 귀여웠다. 집은 복층에 이쁘고 감각적으로 꾸며놓은 듯했다. 근처의 슈퍼마켓에 가서 음식을 좀 사고 바로 옆 집주인이 소개해 준 베이커리에 갔다. 냄새가 좋은데 일요일에 문 안 연다고 하기에 미리 빵을 사 두었다.

이후 엄마랑 같이 걸어서 리알토 다리에 갔다. 사람이 미쳤다. 너무 많다. 물밀듯 쏟아진다. 아빠가 거기서 젤라토를 먹으랬는데 그럴 기운이 없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로 피렌체 대성당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피렌체 성당만큼은 그간 본 성당과는 뭔가 색다르고 예쁘다는 생각 들었다. 미술과 역사에 문외한인 나도 이쁘다고 생각 들 정도니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주의할 것은 땅에 그림을 깔아놓은 사람들이 있는데 지나가다가 밟으면 자신의 그림을 밟았다며 돈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라고 한다. 주의하기를.

리얄토 다리로 가는 길과 피렌체 대성당


저녁이 되었고 피렌체 중앙시장으로 갔다. 곱창버거랑 국수가 유명하대서 지만 1층이 전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결국 2층에 갔는데 대체  어떻게 시켜 할지 모르겠다고 느꼈다. 하도 많이 걸어서 스트레스가 쌓 상태라 나갈까 하다가 피곤하기에 일단 아무거나 시자는 엄마의 말에 엄마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고 내가 가서 직접 주문을 해서 가쟈왔다.  트러플에다가 판쵸스가 있는 접시였다. 25유로.


피렌체 중앙시장의 모습
피로에 찌들어 있었지만 재밌어하며 사진 찍는 엄마 ㅋㅋ


자리레 앉아서 음료를 뭘 시킬지 둘러보고 있는데 거기서 돌아다니면서 음료수만 주문받고 치워주는 직원들이 따로 었다. 그분이 우리에게 음료 안 필요하냐고 묻는다. 우리가 직가서 시켜고 되고 그 직원한테 시켜도 되는 것이었다. 뭔가 신기한 구조였다. 그분에게 시키면 갖다 주시고, 내가 가서 시키면 기다렸다가 음료를 받아오면 된다. 너무 오래 걸었더니 목말라서 맥주를 시다. 너무 미친 듯이 시원다. 두 잔을 시키면서 직원에게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저 예쁜 칵테일이 뭐냐고 물어봤다. Aperal Spiritz이란다. 이탈리아 대표 알코올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맥주를 얼른 마시고 직접 음료 파는 곳에 가서 Aperal SpiritzFruit Spiritz를 시켰다. 둘 다 달지 않 괜찮았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그저 다리 아프고 피곤했으며, 엄마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그 시장 분위기가 여실히 다가온다. 수많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엄마랑 함께 마시는 술 한잔과 맛있는 음식. 기분이 뭔가 묘하고 오묘하고 즐겁다. 엄마도 피로가 조금 풀려서일까 이런 여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그 시간을 함께 즐겼다.

저녁 8시가 넘었고 외인지라 너무 늦지 않게 나오고자 집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조금 무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거리가 활기차다. 8년 전 즈음에 방문했을 때와 코로나19 이후의 유럽 거리는 실히 다르다. 특히나 피렌체는 거리에 사람들도 많았고 꽤 안전하다고 느껴진다. 늘은 시장에서 즐겼던 여유가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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