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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Nov 17. 2023

그 사람이 내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세상에는 미운 사람이 없다

유튜브가 없는 삶을 논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나는 그 시류에 꽤나 늦게 편승한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그 영상들이 주는 매력들은 어마무시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유명인들이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유튜브 영상들을 자주 보곤 했다. 그러던 중 아주 우연히, 이효리와 이옥섭 감독이 대화를 나누는 한 짧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에서 본 이옥섭 감독의 말은 내 뇌리에 박혀, 내 삶의 한 문장이 되었다. 


이옥섭 감독이 말했다.

 '외국 여행을 하다가 2층 버스에 탔는데, 한 여성 분이 거기서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새나고 참 었었는데, 문득, 만약 그 사람이 내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너무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은 인물이었다. 그렇게 보니깐 이제는 싫은 사람이 없다.'  

우연히 본 그 영상 속 이옥섭 감독의 말은, 그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아름다운 생각이라는 마음이 들게 되었고, 이 말을 내 삶의 작은 한 문장으로 마음에 두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어릴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의 험담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긴 했다. 행동이 좀 별로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었어도,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금방 잊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나에게도 조금씩 미운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렇게 변해버린 사실조차 나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전 우연히, 친구와 함께 간 베트남 여행에서 그런 나 자신을 직시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새벽 6시에 베트남 공항에 도착해서 갈 곳이 없었기에, 6시간 정도 투어를 진행하며 공항에서 숙소로 데려다주는 반나절 투어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하게 되었다. 스무 명 정도 되는 한국인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보자마자 '굉장히 별로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 두 명이 탔다. 두 사람은 친한 언니 동생 사이 같았는데, 자신의 캐리어를 운전기사에게 던지듯 주고 가고, 밥을 먹고난 뒤에 다른 사람들이 다 버스를 타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본인들이 갈 식당 예약을 한다고 한참을 밖에서 통화하던 것이었다.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대화를 하는데 그 내용도 굉장히 상스러운 욕설과 듣기 좋지 않은 내용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친구와 둘이서 저 사람들이 30대 같다느니, 행동이 별로라느니, 온 몸에 문신을 하고 담배를 핀다느니, 등 그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험담을 한참이나 주고 받았다. 그러다 문득, 이 먼 곳까지 좋은 기분으로 여행을 와서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몇 시간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내 삶을 얼마나 낭비하는 것인지, 그런 생각 자체가 내 스스로 내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내 마음에 새겼던 이옥섭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저 사람들이 내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내 영화 속에서 그들의 삶은, 자신의 아픈 상처를 숨기기 위하여 그 상처를 스스로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서로가 함께하며 서로를 조금씩 치유 해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각자 삶의 애환이 담긴 복잡함을 그들이 드러내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바라보니, 정말 이옥섭 감독이 말한 것처럼 그들의 모든 행동 또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게 있어서 사랑스러운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정말로 미운 사람이 없고, 나의 마음은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해졌다.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미워하기 위해 내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보다, 그들을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귀여워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스러운 곳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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