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

by Lifeartist




나는 지금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상태가 3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정든 내 집을 떠나 엄마 집으로 이사들어온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며, 캐나다로 떠나는 날까지 한달정도 남은 것도 한 몫을 하고있다.

국제 이주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인 비행과 주거지가 결정이 되었으니, 이제 남은 일은 가서 해야할 일들 뿐이라 한국에서 더이상 할 게 없다. 큰 문제가 해결되어 느긋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나는 자꾸 기분이 초조하고, 불안하고, 긴장하고 있다.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것 같지가 않고, 쉬고 있는데도 매일 피곤하다. 오히려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잘 때가 더 마음이 편할 때가 많다.

이런 불안을 운동으로 풀어내려 해도 밤만 되면 온갖 생각이 몰려와 마음이 복잡하다. 결국 챗지피티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그러니 내가 지금 겪고있는 증상이 ‘정서적 이주’ 의 과정이며 유학이나 이민 등의 큰 환경 변화를 앞둔 사람에게 생기는 아주 흔한 현상이라고 한다.

내 정서가 아직 거처를 찾지 못해서 계속 혼란한 기분이었던거구나.. 다들 싱숭생숭하다고만 표현하니 그럭저럭 일상생활이 될 정도인가보다 했는데, 나는 뭔가 그보다 더 좀 더 초조하고 불안한 기분이 커서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더 강도가 센 느낌이다. 내가 워낙 예민한 성정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도 나는 이렇게 우울하니 캐나다에 가서 긴 겨울 기간으로 인해 고통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다만 나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 주변을 잘 정돈하고 산책도 자주 나가야지..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날 거다. 가능하면 이상한 사람은 적게 만나기를... ㅋㅋㅋㅋ

쨌든 요즘은 영어공부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계기는 최근 우연히 연락하게 된 분이 있는데 몬트리올에 사는 캐나다 사람이었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있다. 이번 주말에 커피 약속을 잡아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는데 그 시간을 잘 보내고 싶은 욕심이 들어 다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어떤 주제로 대화할지 상상해 토픽을 정하면 질문거리나 내 답변을 미리 준비하고 쉐도잉 연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중이다. 내 이야기를 곧 영어로 말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샘솟아서 매일 두시간씩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고민은 내 억양이 뭔가 디즈니스러워서 좀 당황스럽다. 너무 연극적인 느낌인가? 싶은데.. 아무래도 글을 읽으면서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입에 말이 붙으면 좀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약간 이 약속은 미래의 몬트리올에서의 내 생활을 예행연습하는 느낌이라서 더 기대가 되는 것 같다. 단순한 의사전달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하고싶다는 욕심에 더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내일은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분과 점심약속이 있다. ㅋㅋㅋㅋ 이분과 연락이 된 계기도 참 웃긴게

내가 우연히 이 분의 프로필 글을 봤는데 ‘오.. 뭔가 멋있는 사람같다, 한번 대화해보고 싶다’ 는 생각에 대뜸 인스타로 디엠을 보냈다. 다행히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않고 재밌게 대화를 나누어 내일 점심약속까지 잡았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경험하러 캐나다에 갈 결심을 한건데, 막상 떠나기 전 한국에서 더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좀 더 일찍 주변을 둘러볼 걸...

그래도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에게는 뭔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캐나다 워홀을 계기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볼것이다.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지 않을 결심을 해본다.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에 맞춰 사는 삶을 살아보기 위해, 다양한 삶의 기준을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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