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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자 Jun 25. 2018

글 쓰는 할머니의 오늘 이야기 23

            - 단골 미용실 - 


 단골 미용실 

                                                  

 동네 미용실에서 파마를 한다. 미용실 아줌마는 일흔 중반, 내 또래 할머니다. 

그녀는 등이 굽고 있다. 그래도 구두는굽 높이가 있는 걸 신는다. 한 달에 한 번쯤머리를 자르거나 다듬고 파마를 할 때마다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더 깊게 굽어서 안타깝다. 

아침 열시쯤 파마를 하고 있는 손님은 여든이 되는 노인이다. 오래 된 미용실은 손님들거의 다 나를 포함해서오래된 단골이고 노인들이다. 

 내가 젊었을 때는 미용실 아줌마도 젊었었다. 그녀는 삼 십년이상 사십년이나 내 머리를 만져주고 있다. 나의 가늘고 힘이 없는 머리카락은 더 가늘어졌고 숱 없는 머리는 더 성글어졌고 하얗게 바래어 졌다. 꼼꼼하게 만져주는 성의가 고마워서 나는 거의 사십년 동안 이 미용실의 단골손님이다.

 남편은 세상 떴고 아들은 있으나 마나 심심하면 사고를친다. 생활이 불안정하고 동거하던 여자와 헤어졌다. 술에 취해서 시비가 붙었는데 경찰을 폭행해서 교도소에 갔다. 

그 녀는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힘이 난다고 말한다. 일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한다. 이런 속마음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는 안할 것이다. 입이 무거워 보이고 사람들과 별로 말이 없는 내게만 털어놓는 것 같다. 

"자식이 마흔 넘었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니까 자식으로 부터 벗어나세요." 라고 내가 말해 줬으나 마음이 모질지 못한 그 여인은 아마도 그렇게 냉정하게 아들을 내치지 못할 것이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에어컨은 있는데 오전에는 선풍기만 돌린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삼년동안 한 번도 필터청소를 안 했다기에 간단하게 청소가 된다고 얼마 전에 내가 알려 주었는데 아직 청소를 안 했다. 오지랖 넓게 에어컨 청소를 시작한다. 한쪽은 내가 시범을 보였고 한 쪽 필터는 그녀가 하는 걸 지켜보며 도와주었다. 

그녀는 "엄두가 안 나서...엄두가 안 나서..." 라고 되풀이 한다.

삼년동안 두껍게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냈다. 남의 일이건만 내 속이 다 후련하다.

그녀는 늙음의 표시가 팍팍 나고 있다. 건망증도 심하다. 무선 전화기가 없어져서 사흘째 찾고 있는데 아무래도 새로 사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손질이 끝나고 뒷거울을 본다.  숱이 많지도 않은데 뒷 머리 한 부분이 가위로 뭉텅 짤려 나간 것처럼 고르지 않다.  전에는 없던 일이다. 면도날이 무디었는지 뒷 목덜미 쪽에서 살짝 피가 나고 있다. 

가슴 한 쪽에서 쿵 소리가 나는 것처럼 충격을 받는다. 

정작 그녀는 바쁘고 신경이 둔해서 눈치를 못 챘는지 모르는 체 하는지 무심하다.

위로가 필요한 그녀의 미용실을 계속 이용해야 하는지 단골 미용실을 어디로옮겨야 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마음이 복잡하다. 단골을 바꾸려면 용기가 필요해서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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