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나이들.
매원. 신화자
스무 살 무렵에는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들의 건장하고 씩씩함이 그냥 좋아 보여서
국군 장병 아저씨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중년의 여인들은 모든 장병들이 아들처럼 보인다. 장하고 소중한 내 아들이 믿음직하고 든든하지만 걱정도 된다. 먹거리와 잠자리는 편안하려나, 훈련이 고되고 힘들어서 잘해 내려는지, 위아래 수직과 수평으로 인간관계는 잘 버티고 감내(堪耐)하려는지....
내 친구는 비가 오는 날 승용차를 운전 중이었는데 전방에서 휴가 나오는 장병이 차를 세우더란다. 아들처럼 생각하고 차에 태워 주었더니 집에 가는 차비가 없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위압감이 느껴지면서 기분이 으스스하고 겁이 덜컥 나서 얼른 돈을 주어 보냈다고 한다. 아들을 군에 보낸 중년의 어머니들은 제복 입은 군인들이 모두 군에 입대한 내 아들처럼 보인다. 오래전에 지나간 옛날이야기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철원을 가는 중이었는데 행군하는 군인들이 보였다. 눈발이 휘날리는 초 겨울에 군인들은 맨 땅바닥에서 배식중이었다. “추운 날 찬밥을 먹어서 어쩌느냐?” 인정 많은 내 친구는 울먹이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으므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극한 상황에 놓이면 찬 밥을 먹을 수도 있다. 신체를 단련하면서 정신력도 강하게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매우 냉정한 어머니인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 군대는 이십여 년 전의 군대가 아니다. 전투 식량은 간편한 휴대용 도시락이다. 포장 끈을 당기면 도시락이 열리면서 따끈따끈하게 덥혀진다. 군 생활이 옛날과는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어느 날 기차를 탔는데 내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이는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집에 가는 모양이었다. 매우 불편한 얼굴로 창밖을 향해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험악한 욕설을 혼자 중얼거렸다. 강한 불만의 내용은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고 돌아보기도 싫은 군 생활의 추억(?)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참으로 불행한 젊은 한 때를 보낸 것 같았다.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 군대생활에서 일어나는 잔혹(殘酷)함을 보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뚤어지고 정상을 벗어난 인성은 어떤 사회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군대라는 특별한 집단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일 또한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누구나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성장을 하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군 생활에서 겪은 경험은 인생의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멋진 사나이는 그렇게 고난을 극복하면서 만들어진다고 믿고 싶다.
이제 중년의 시절도 지났다. 할머니가 된 나는 국군장병들이 내 손자들처럼 보인다. 국민 손자들인 군인들이 너무 어리고 연약(?)해 보일 때가 있다, 씩씩하고 굳세고 믿음직해서 나라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직한 마음으로 장병들을 바라보고 싶다. 하나만 낳아서 귀엽고 귀하게만 자란 자식을 군대에 보낸 젊은 부모들은 걱정이 많이 될 것이지만 젊은 이들이 몸과 마음을 강하고 튼튼하게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준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군대 경험을 마치게 될 것 같다. 군부대에서도 귀하게 자란 초년병들이 강하고 용감한 장병으로, 굳센 젊은 이로 다시 태어나려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고충이 많을 것이다.
TV를 보면 강철부대 사나이들이 멋진 사나이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군대가 정말 강한 군대라는 걸 실감한다. 특별히 힘든 훈련으로 무장된 특별부대에서 선발한 우수한 대원들이란 점도 있을 것이지만 그들이 강건(剛健)한 몸과 정신을 가진 것은 현역 시절에는 물론이고 전역 후에도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그들은 어떤 어려운 역경에서도 맡은 임무를 충실하게 완벽하게 해 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으며 전역 후에는 충실하게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TV프로는 실전을 바탕으로 한 예능이지만 그들은 실제로 특수부대 출신이고 현역 군인을 포함하고 있었다.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언제 어디서라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젊은 남자들의 신선함이 좋고 잘 생긴 외모에 호감을 갖는다. 누구인들 그들의 단련된 체력과 정의를 향한 승부욕과 자신감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정신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남자들의 자존심도 경이롭고 수긍이 갔다. 진정한 남자들의 불타는 승부욕과 패자는 승자에게 깨끗이 승복하고 인정하는 매너도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한 편이고 나라를 지키는 굳센 사나이들이라는 긍지가 멋진 사나이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모든 남자가 그렇게 강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자신의 일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멋진 사나이들이다. 건강한 사회는 크고 작은 질서와 매너 있는 개인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강철부대 멋진 사나이들에게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싶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