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딥러닝의 상용화를 지켜보며 오히려 인간의 뇌에 대해서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학습과 인식 기능, 나아가서는 인간의 뇌가 언어와 시각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 다 밝혀지지 않은 우리 뇌의 원리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뇌와 인공지능의 원리에 대해 새롭게 다가갈 시대적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뉴럴링크는 미국의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가 인간의 뇌에 인공지능 층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이 책은 일론 머스크의 사업을 설명한 책이라기보다는 임창환 한양대 뇌공학전공 교수가 일반인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책이다. 인간의 뇌에 대해서 궁금해하던 나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었다.
서문에서는 뉴럴링크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뉴럴링크를 위한 연구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실들이 시신경이나 운동 신경 등 의 이상으로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동시에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게 되면, 뇌에서 공포감을 만들어내는 편도체를 마비시켜 무서움을 못 느끼는 군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등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1부는 뇌와 세상을 연결시키는 사례를 소개한다. 루게릭병으로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완전감금증후군을 가진 환자의 뇌파를 읽어내어 그 환자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음을 알아내거나, 예쁜 꼬마선충의 신경 조직을 컴퓨터 안에서 만들어 내어 레고 선충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예를 소개한다. 꿈을 꿀 때도 시각 정보가 뇌파로 발생하므로 사람이 자면서 꾸는 꿈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도 컴퓨터로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2부는 신경 연결망에 손상이 생겨서 몸을, 혹은 몸의 일부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이나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동물을 대상으로 몸을 움직이고 싶은 의사를 뇌파를 통해 읽은 후, 로봇 사지를 움직이게 하는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역으로 인간에게, 혹은 뇌에게 ‘사지(limbs)’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예를 소개하고 있었다. 실험 대상자의 실제 팔은 눈에 보이지 않게 검은 천으로 묶어놓은 채 가짜 고무 팔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책상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 뒤, 고무 팔을 바늘로 찌르면 진짜 손을 움찔하면서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혹은 뇌가 사지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정말 미스터리 하게 느껴지는 실험이었다. 이런 상황이면 발달된 성능을 가진 로봇 팔을 인간에게 연결했을 때, 자기의 팔로 여기며 평생을 불편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는 실험을 통하여 오히려 인간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내용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3부의 제목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기계>이다. 인간의 뇌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가를 담은 내용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기 1분여 전에 이미 뇌에서는 결정이 되었다는 신호가 나온다. 그러므로 결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의식 이전의 무의식에서 결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어내는 것을 ‘수동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라고 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이 부정적/긍정적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고, 집중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생물에게는 모두 예외가 있어서, 전두엽 알파 비대칭성 실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 생각을 하면 오른쪽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반면, 10퍼센트 이상의 사람은 왼쪽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사람마다 다른 뇌의 반응을 기계가 아직 따라갈 수 없다. 뇌파를 교육에 적용한 예(뉴로에듀케이션 방식)도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집중을 하지 않을 때를 뇌파로 측정하여, 그때마다 흥미로운 동영상을 틀어 다시 집중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
딥러닝도 머신러닝의 일부이긴 하지만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차이를 설명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바둑을 예로 들면 머신 러닝은 인간의 바둑 두는 법을 그대로 입력하고 실행하는 것인 반면 딥러닝은 컴퓨터가 스스로 'trial and error'의 과정을 거쳐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법으로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데이터를 쌓을 수 있으므로 인간의 방법을 뛰어넘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래서 뇌과학에서도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쌓아 아직 밝혀내지 못한 뇌의 미스터리를 곧 밝혀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4부에서는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운동기능보다는 인지적인 능력을 향상하는 실험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쥐의 줄기세포를 통해 신경세포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뇌의 일부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배양된 뇌 오가노이드에 컴퓨터를 연결하여 실제 뇌 역할의 일부가 시행될 수 있음은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더 나아가 이미 뇌의 특정 부분에 전기 자극을 가하거나 칩을 심어서 기억력을 향상하고, 기억을 지우며, 집중력과 판단력을 높이고, 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기술이 다 개발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지 뇌에 칩을 심었을 때, 칩을 충전시키기 위한 뇌척수액의 글루코스를 통한 충전에 대한 실험이 이미 진행 중이다. 물론 뇌 속의 칩은 외부 전자기파에 매우 약하다거나, 뉴로해킹(Neuro-Hacking)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으니 칩을 심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뇌에 칩을 심는 것은 인간이 사이보그화가 되는 것이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도 뇌공학 기술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돕기 위해서만 쓰여야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규제해도 최근 딥러닝의 적용으로 날개를 달게 된 뇌공학 기술의 발달은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기술 종속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미 미국 등의 나라에 크게 뒤쳐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뇌공학 연구를 좀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닫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갈래의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진화해 온 인간이라는 존재가 생각보다 고차원적이거나 대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한 뇌도 전기자극으로 움직이는 단백질 덩어리이며, 호르몬 등의 화학적 기능도 매우 복잡하지만 조금씩 그 원리가 밝혀질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의 입장에서 인간이란 자연 물질의 우연이 만들어낸 존재이며, 양이 질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원리가 밝혀지지 않은 언어 능력도 최근 LLM(Large Language Model)의 이용으로 인하여, 혹시 사람도 이제까지 저런 방식으로 언어활동을 해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문제로 되돌아간다. 즉, 철학 등이 논하는 것처럼 인간에 대해서 너무 대단하게 여기지 않고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두 번째는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의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다. 이 책에서 이미 성공했다고 기술하고 있는 실험들만 현실에 적용이 되어도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술들이 각처에서 발전하고 있으며, 리서치 분야의 지식은 너무나 고도화되어 나를 포함한 일반 사람은 따라갈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기술이 어느 날 상용화 되어 비싼 값에 시장에 등장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최종 사용자(end-user)가 돼버린다. 우리가 신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었듯이, 이제는 기계의 원리도 이해할 수 없이 의존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세계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우리가 무능하고 수동적이 존재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