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 12년 동안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영화를 보았을 때는 다큐멘터리인가 하고 생각했다. 다시 살펴보니 다큐멘터리는 아니라 영화였다. 그만큼 인물들의 행동이 자연스럽고 이웃집의 현실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물 흐르듯이 영화가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일상적으로 있을 법한 대화들, 일상적인 놀이들, 의미 없는 농담들,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들, 그런 일상의 장면들이 강약 없이 편안히 흘러간다. 과장된 감정을 보여주는 배우는 없다. 이러한 영화의 흐름이 이 영화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으로 보게 한다.
이혼 가정에서 자라나는 메이슨과 누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애정을 보여주고 조언을 한다. 나는 그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른들은 항상 이 두 아이를 반겨주고 예뻐해 준다. 자기 아이건 남의 아이건 관계없이. 그래서 부모가 이혼을 했어도 아이들은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라고 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
영화의 후반부에 메이슨의 어머니는 울면서 얘기한다. 인생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 믿고 아주 열심히 살아왔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어머니는 열심히 잘 살아보고자 했지만 메이슨의 아버지와 이혼 후 술 주정뱅이 폭력적인 남편을 둘이나 만나고, (사실 그들과 가정을 꾸린 것도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을 제공해야 된다는 의무감도 있었을 것이다.) 폭력적인 그 두 남자와 또 이혼을 하고. 결국 혼자 남아 울음을 터뜨린다. 그런 엄마와는 달리 메이슨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이죠?"
아버지는 대답한다.
"모든 것의 의미라니? 아무 의미 없다. 그저 우리는 매 순간 노력할 뿐이다."
어머니와는 달리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인생을 시작하는 메이슨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메이슨이 영화의 후반부에 대학에 진학하면서 만나는 여학생은 다음과 같은 미스터리한 말을 한다.
"사람들은 순간을 잡으라고 말을 하지만 실은 순간이 우리를 잡는 것 같다."
영화가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예술작품이라고 할 때, 순간을 영화에 그대로 담는, 혹은 영화가 순간에 잡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했을까. 우리가 길들여진 기승전결 구조의 스토리텔링이 사회를 공고히 하는 판타지에 지나지 않음을 감안할 때, 차라리 이렇게 '서사'가 없는 영화가 올바른 영화일 수도 있겠다.
ps. 제6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