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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May 30. 2019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 하지 맙시다  

어린 아이 키우는 엄마가 자신의 시간을 지켜내는 법  




이거 였다. 이래야 했다. 그런데 몰랐다. 바보 같이도 육아 6년 차에 깨달았다.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을 하는 건 착오이고 실수였다


전업주부 또는 전업맘으로 살던 시간, 약 4년.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을 하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일을 열심히 했다. 최소 1-2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사람 몸이라는 게 모드가 딱딱 전환이 어려워 집안일 이후에 나에게 집중하는 다른 일 하기가 쉬이 되지가 않았다.


청소 하고 나면 지친다. 배고프다. 밥을 대충 먹거나 해 먹으면 또 나의 노동력이 들어간다. 설거지도 생긴다. 밥까지 먹고 나면 기운이 쭉 빠진다. 머리 쓰기도 몸 쓰기도 하기 싫다. 책 하나 읽을라고 해도 집중이 안 되고 운동을 하자니 몸이 무겁다. 그러다가 만만한 게 육아 용품 쇼핑이다. 또르륵…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알차게 시간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차게 집안일을 하니까 문제가 생겼다. 식구들이 집에 없을 때 집안일 하고, 아이가 돌아오면 애를 보고 집안일을 하고, 그러나 기껏 치운 집안은 다시 엉망이 되고, 남편이 집에 일찍 와서 가만히 있으면 또 열 받고.


하루 종일 일만 한다는 생각에, 대체 내 시간은 언제 있느냐는 마음에, 억울함이 끓어올랐다. 집안일은 특성상 미리 해도 원상 복귀가 빠르고, 아무리 해도 티가 안 나고, 미리 해도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집안일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영역이 크다.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노는 거냐고? 당연히 놀아야 한다 전업주부나 전업맘에게 근무시간은 ‘식구들이 있을 때 행하는 돌봄의 시간’이다. 식구들이 일어나는 6-7시부터 다 나가는 9시까지, 아이가 돌아오는 2-3시부터 밤 9-10시까지 근무다.


여기에 밤에 데리고 자면서 수유 한다거나 기저귀 갈아준다거나 이불 차는 거 봐주는 야간 근무까지….. 시간으로 따져봐도 10시간이 넘는다. 영유아를 키운다면 이래저래 평균 잡아 평일 14시간은 될 거다. 직장인 근무시간 뺨치거나 넘는다. 어린이집에 가 있는 4-6 시간 동안 노는 게(?) 맞다. 대신 잘 놀아야 했다.


식구들이 없는 시간은 무조건 나를 위해 쓴다. 인터넷 쇼핑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맘카페도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육아맘으로서 그것도 업무의 일종이기 때문에. 무조건, 무조건, 내 시간으로. 오로지 나만을 위해. (아이와 남편은 머릿 속에서 지워버려…) 식구들이 없는 동안 내 시간 갖는 것에 죄책감 가지지 말자. 직장인들도 퇴근하면 회식이니 모임이니 하며 술자리를 갖는다.


그런데 왜 주부가 자기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브런치라도 먹으면 왜 비난 하는걸까. 직장인들이 일주일에 한 두번, 또는 한 달에 몇 번 하듯이 주부도 어쩌다 한 번 친구들을 만난다. 매일 브런치 하는 주부가 대한민국에 몇 프로나 될까. 만약 자기 주변 주부들이 매일 같이 브런치 하는 걸 두 눈으로 보았다면(순전히 친목 모임으로써만), 당신은 아주 상류층 동네에 살고 있는거다.


어지간한 중산층도 그렇게는 못 산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쉬듯이 주부들도 근무시간이 아닐 때 쉬어야 한다. 게다가 주부는 주말에도 일한다. 아무리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절대량 자체가 많다.





남편이 집에 와서 낮에 왜 청소 안 했냐고 물어본다면


 “애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이 나는 퇴근 시간이야. 당신도 퇴근하면 쉬려 하잖아.”

 “대신 지금은 내 근무시간이니까, 내가 설거지 하는 동안 당신은 애랑 같이 쉬어! ”


(원래 아이랑 부대끼고 나면 몰입과 집중이 되는 집안일이 훨씬 쉽더라.) 


퇴근 후 집에 오는 사람에게 집안일 시키기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


요리를 시킬 수도 (시간이 너무 늦어버리니까) 빨래를 시킬 수도 없고 (언제 돌리고 너는가) 잘해야 수저 좀 놓아달라, 애 좀 봐 달라, (이럴 경우 정말 눈으로만 본다), 그릇 좀 가져가라, 옷 좀 정리해라, 정도다.


어차피 내가 더 많이 하는 거라면, 식구들이 있을 때 엄청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게,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만 집안일을 하는 편이 나았다. 그럼 생색이라도 내고 덜 억울하기라도 하지.


남편이 늦게 오는 나홀로 육아라면 애 재우고 다시 나와서 설거지를 한다거나 하면서 금쪽 같은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저녁 먹고 애 업고 설거지를 할 망정.


경험컨대 아이랑 있을 때 스마트폰이나 카톡, 전화 연락등을 주고 받지만 않아도 집안일 할 시간이 생긴다. 


‘식구들이 없거나 잠을 잘 때 집안일 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함께 ‘집안일을 할 땐 식구들에게만 집중하자’려고 하니 시간이 효율적으로 써졌다. 낮에 어린이집 가 있는 시간 동안, 몸이 근질거려 죽겠다면 30분 이내로만 하자.


나를 위한 일을 먼저 하고 아이가 오기 전에 30분-1시간만 정해서 하자.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것만 후딱 처리하자. 또 밤 10시까지만 집안일을 하고 그 후엔 절대 하지 않겠어! 라고 마음 먹어보자. 신기하게도 거기에 점점 패턴이 맞춰진다.


‘마감’의 마법이다. 마감이 없는 일은 무한정 늘어지는데 마감을 상정해두면 어찌어찌 거기에 맞춰진다. 집안일이 남아 있어도 퇴근 시간 정해서 멈추어야 한다





내 시간은 내가 지켜갈 수 밖에 없다 



예전에도 아이가 어린이집 가거나 낮잠 자면 집안일 하지 말고 쉬라고 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런데 쉬면 집안일이 폭탄이 되어서 더 크게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그때마다 대체 그럼 언제 집안일을 하라는 말이지? 하고 갸우뚱 했다. 게다가 집이 깨끗해야 아이나 남편도 깨끗한 상태를 지향(?)하면서 살지, .. 집안일 대충해라, 하지 말라, 는 말이 더러워도 참고 살아라, 또는 집안일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전업주부로서 영 불편했다.


그런데 전업맘 5년 차에, 재취업하고 소위말하는 워킹맘으로 살면서 알았다. 전처럼 집안일에 시간을 많이 쓸 수 없어서 억지로 줄일 수 밖에 없었는데, 집안일 하는 시간이라는 게 시작과 마감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하면 신기하게도 그 안에 맞춰지는 거였다.


저녁을 미리 해두지 않아도, 청소를 매일 1시간씩 하지 않아도, 집이 굴러갔다. 물론 더 지저분해졌지만 그렇다고 아주 엉망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집안일은 식구들과 같이 하는 것 아이가 여섯살이 되니까 집안일도 같이 한다. 


집안일이 단지 일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가 되더라. 빨래 널라고 하면 자기도 나름 널고 쌀도 씻고 요즘은 과도 쥐어주니까 (진짜 칼임. 2년 정도 플라스틱 칼로 써는 연습을 꾸준히 했고 또 스스로 조심해하면서 한다.) 오이도 썬다.


조만한 아이 손이 뭐 도움이 되려나 싶었는데 웬걸 꽤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그 시간에 제가 요리에 열중하도록 방해(?)를 안 하니.. (물론 한쪽은 난장판을 만들긴 하지만..뭐 그래도 이것도 점점 좋아지고 또 나름대로 엄마 따라한다고 치우는 흉내도 낸다.)


집안일을 애 있을 때만 하자는 건 아이와 같이 집안일을 해보자, 좀 서툴더라도 호흡을 맞춰가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말에는…집안일이 나 혼자 해야하거나 가족의 이벤트와 별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주말 이벤트가 집안 대청소 1-2시간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한달에 한 번정도 주말 오전은 대청소 시간으로 쓴다. 아이에게도 걸레 하나 쥐어주고 남편에게는 그가 잘 할만한 일 두 세가지 정해주고, 딱 1시간 안에 끝내자고 말하곤 한다. (사실 한 달에 한 번도 못하고 두 달에 한 번 할때도 …많지만. ㅎ) 또 집안일이라는 건 정리정돈이 반이다.


그래서 정리정돈이 체질화(?)되면 집안일 자체가 확 주는 걸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정리정돈이라는 건 엄염히는 집안일이 아니라 ‘개인의 습관’에 결부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업주부라고 하더라도 가족들에게 정리정돈은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정돈이라는 건 집안일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노동과 시간을 침해하지 않는 ‘예의’이니까. 아이도 아직 잘 안 되고 남편도 잘 어지르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나부터 잘해야 겠지만. 


집안일을 우선순위에서 미루자는 말은 더러운 채 살아도 된다, 는 말이 아니다. 단 엄마 혼자, 가족 없는 자리에서 집안일을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 대신 가족이 있는 시간 안에 집안일 시간을 자연스럽게 녹이자는 것…


집안일은 식구들이 있을 때만 한다. 식구들이 없을 땐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부득이하게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을 멈추게 되었지만, 다시 시작하기 위해선 시간을 내야 한다. 일을 쉬었다가 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도 나에게 등 떠밀면서 시간을 주지 않는다. 


내 시간은 내가 지켜갈 수 밖에 없더라.




*제 글이 출처표기 없이 돌아다니고 있네요. 아래 글의 출처는 여기입니다. 


http://dogcatpost.com/2019/12/03/%ec%96%b4%eb%a6%b0%ec%9d%b4%ec%a7%91-%ec%9c%a0%ec%b9%98%ec%9b%90-%eb%b3%b4%eb%82%b4%ea%b3%a0-%ec%a7%91%ec%95%88%ec%9d%bc-%ed%95%98%ec%a7%80-%eb%a7%88%ec%84%b8%ec%9a%94/?fbclid=IwAR1GjZRwCxepXbORjE5yF6kImbhLYcg90rXX9hm2KPqMgB5ShfmhXE0Cj6s




*출처(책엔 좀 더 수정된 내용으로 실려 있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117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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