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
박찬욱 감독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밖에 보지 못한 나였기에 얼른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복수 3부작 중 하나인 <친절한 금자씨>는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패러디에 갇혀 묵직했던 영화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변태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대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 영화.
이 영화는 2가지 버전이 있다. 국내 버전은 전체 컬러화이지만, 외국 버전은 점차 흑백화되며 영화가 진행한다. 필자는 외국 버전을 봤다, 영화를 다 보고 컬러와 흑백의 장면을 상상하며 비교했다. 흑백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중후반에 나오는 유가족들의 복수 장면이 다소 고어한 장면이 있는데 이를 커버할 수 있고, 과거 금자의 모습이 아닌 현재 금자의 감정과 모습을 몰입하며 볼 수 있다. 영화를 본다면, 외국 버전 <친절한 금자씨>를 보는 걸 추천한다.
<올드보이>를 대표하는 색깔이 검정과 보라색이라면, 이 영화는 검정과 빨간색이다. 어두운 배경을 그리는 검정, 피를 연상케 하는 빨강은 금자에게 느껴지는 복수의 느낌과 금자에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감정선을 표현하는 좋은 색이다. 추가적으로 하얀색도 포함하고 싶었지만, 속죄와 결백의 의미를 가진 하얀색은 너무 뻔하게 느껴져서 제외했다.
영화는 주인공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금자가 감옥으로 가는 과정이나 초중반에 나오는 금자의 촬영은 유독 카메라가 각도를 움직이지 않고 long shot의 방향으로 고정되어 나온다. 이를 통해 금자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후 유가족이 '백 선생'(최민식)을 죽이려는 장면은 유가족들의 감정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low angle을 이용하며 감정적인 면을 보인다. 각도 하나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이중성을 드러내는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간들이다. 강남 영어학원 교사이자 살인마인 '백 선생', 죽은 자식들의 복수를 다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죽은 자식의 돈을 찾기 위해 계좌번호를 적는 유가족들, 살인이라는 죄를 속죄하기 위해 또다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금자의 모습은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라는 대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그리고 "범죄자를 피해자가 직접 처벌하자"라고 한 번쯤은 생각한 걸 영화로 보며 '과연 이게 정당한 복수인가'라는 죄를 처벌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마치 금자(이영애)가 그린 싼티와 귀티가 동시에 느껴지는 붉은 마스카라 같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