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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Oct 26. 2023

자전적인 물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이 개봉했다. 10월 25일 국내 개봉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가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異世界)로 떠나 일어나는 이야기다. <바람이 분다>(2013)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극 애니메이션 영화이자 은퇴작이라고 밝혔던 작품이었다. 현재는 은퇴 번복으로 은퇴작이라고 보기 애매한 작품이지만, 내용적인 면은 미야자키 감독의 자전적인 상황과 물음에 공감된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IMDB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작품을 보기 전, 예상한 내용은 미야자키 감독이 삶을 살아가며 깨달았던 점이나 젊은 세대들한테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작 중에서 밝힐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마히토의 외고조 할아버지이자 '큰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은 이세계(異世界)를 관장하는 인물이다. 무너져가기 시작하는 이세계를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은 흡사 지브리와 비슷한 처지다. 지브리는 흥행과 인기에 반비례하게 재정 상황은 좋지 못했다. <바람이 분다>(2013) 이후 미야자키 감독은 은퇴를 선언했었고(이후 번복했다), 2014년 제작팀을 해산할 정도로 지브리의 속사정은 좋지 못했다. 이세계를 오랫동안 관리한 큰할아버지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마히토에게 제안한다. 하지만, 마히토는 그의 제안을 거절한 채 이세계를 빠져나간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신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를 후계자로 삼고 싶었으나 흥행의 참패와 함께 아버지의 뒤를 잇기엔 힘든 모습을 보였다. 마히토는 새로운 세대의 후계자로 삼고자 했으나 그는 그 길을 거부하며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은 미야자키 고로 이후 세대의 가상의 후계자도 그 제안을 거절하며 좋지 못하는 지브리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한편, 마히토와 함께 빠져나오고, 그를 이세계로 안내하는 왜가리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띄는데, 지브리 회사의 '스즈키 토시오'와 닮은 모습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신의 주변 인물을 영화 캐릭터로 착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의 주인공 '치히로'도 감독의 친구 딸을 모델로 삼은 적이 있었다. 왜가리의 역할이 마히토를 성으로 오게끔 끌어들이고, 마히토를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스즈키 토시오 역시 지브리의 프로듀서로서 작품의 편집자이자 지브리를 관리하는 관리자이며, 이끌어가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유사하다. 앵무새는 대중들처럼 지브리가 존재하는 이세계에 살아간다. 지브리 영화를 사랑하고, 관심 있는 대중들이지만, 이세계의 속사정을 모른 채 훼방하고, 자신의 만족만을 일삼는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저주받은 꿈이라고 말한 미야자키 감독이 연로한 나이와 후계자의 부재로 무너져 가는 지브리 세계를 영화 속 이세계에 비유하며, 미야자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말하고, 이제 그대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물어본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초반 화재로 불타는 건물 속 어머니를 찾겠다며 마히토가 달려가는 장면과 '히미'가 불을 다루는 장면은 고전 지브리 작화보다 기술적으로 발전된 장면이다. 미야자키 감독이 표현하는 지브리 작화는 꺼져가는 불씨  속 마지막 발화처럼 아름답고, 변하지 않는 클래식함이 남아있다.

자전적인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문학극을 보는 것처럼 쉽다. 한 장면마다 고전 영화나 극을 보는 듯한 페이드 아웃 편집 방식은 전체 이야기보다 하나의 이야기를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와라와라와 펠리컨의 관계를 통해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섭리 이치는 불가항력적인 작용이며, 거스를 수 없는 힘이란 걸 알려주고, 이를 깨닫게 해 준다. 이세계를 벗어나면 점차 기억이 잊어진다. 그러나 이세계 속 물건을 들고 온다면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히토는 큰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에 있던 작은 돌 하나를 들고 빠져나온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에서 남긴 돌을 줍는 영화다. 만약, 돌을 줍는다면, 영화의 좋고,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을 테고, 돌을 줍지 못한다면, 천천히 영화의 망각이 시작될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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