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2023)
12월 20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개봉했다. 2018년 <아쿠아맨>이 개봉한 지 5년 만에 두 번째 아쿠아맨 영화이자 DC 확장 유니버스의 마지막 영화다. 장엄한 바닷속 화려한 액션, 뚜렷한 인물 서사, 재치 있는 유머를 보이며 흥행에도 성공했던 <아쿠아맨>과 달리 이번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유머러스한 발전이 있다고 해도 인물의 서사나 갈등은 얕아졌다. <아쿠아맨>이 깊은 느낌과 다채로움을 선사하는 아쿠아리움이었다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가족끼리 놀러 가는 해수욕장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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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 이후 세계관을 그린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다. 따라서,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영화는 <아쿠아맨> 전체적인 줄거리를 초반부에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아서(제이슨 모모아)’가 어떻게 현재 시점까지 도달했는지 설명하면서 영화 진입 장벽을 낮춘다. 그러나 아서의 서사만 보여줄 뿐, 등장인물의 명확한 관계는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통해 친동생 ‘옴(패트릭 윌슨)’,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마틴 2세)’의 관계는 대강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건 아내 ‘메라(앰버 허드)’의 관계다. 배우 앰버 허드는 작년 6월, 배우 조니 뎁과 명예훼손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손해 배상과 더불어 전반적인 이미지 실추가 있었다. 이는 곧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영화 제작 과정에도 겹치는 상황이었다. 영화 제작사 DC는 작품 흥행 및 배우 이미지를 고려해 결국 배우 앰버 허드 분량을 삭제 및 편집하여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 방안이 영화에 크게 작용한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주제가 ‘가족애’만큼 형제와 가족의 사랑을 뚜렷이 보여준다. 아서가 동생 옴을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감옥에서 꺼내오거나 육아하는 장면과 같은 가족을 위한 행동을 비춘다. 그 밖에도 가족들과 함께 모이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가족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아내 메라의 존재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녀의 편집된 분량으로 가족 간 연대가 어색해지고, 등장도 갑작스럽거나 어수선하다.
선악 관계도 마찬가지로 어수선하다. <아쿠아맨>에서는 아서와 블랙 만타라는 뚜렷한 선악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편은 블랙 만타의 비중이나 능력도 이전 편보다 하향되었고, 사건의 주모자이자 최종 빌런으로 예상한 코닥스 왕은 초라한 등장과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능력치 격차 차이가 빌런을 바라보는 기대나 매력이 저하된다. 김이 새는 후반부는 아쿠아맨만큼 힘 있게 영화를 이어나가지 못한다.
<아쿠아맨>에서 심해 속 장엄한 액션을 선보였다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심해 액션보다 지상 액션을 많이 선보인다. 옴을 구출하기 위해 사막에서 전투를 치르거나 숲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전작에 바닷속 전투만 국한되지 않는 다채로운 전투를 보인다. 전작에서 옴과 일대일 전투가 두드러졌다면, 이번 영화는 후반부 블랙 트라이던트를 지닌 블랙 만타와 아서와의 일대일 전투가 백미(白眉)다. 둘 다 삼지창을 이용한 전투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펼친다.
유머의 경우, 아서 성격상 밝고 유머러스한 성격이 유머가 아쿠아맨 세계관에 종종 등장했다. 그러나 <아쿠아맨:로스트 킹덤>은 유머가 더 등장하고, 유치한 개그를 남용한다. 등장인물의 궁합과 개그는 영화를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가고, 유머러스함을 유지한다. 하지만, 오줌이나 벌레와 같은 저급한 소재를 활용한 개그는 단순한 웃음을 줄 수 있어도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는 개그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전작에서도 다룬 환경 문제와 경각심을 영화 소재로 그대로 끌고 온다. 환경 물질 ‘오리할콘’의 남용으로 영화 속 자연은 파괴되고, 변이 된다. 이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를 은유적으로 비유한다.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쓰레기가 아닌 오염물, 폐기물을 연상하는 ‘오리할콘’은 또 다른 환경 파괴를 작용하는 심각성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