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하루를 보내는 당신에게

<상실의 하루> GV 소식 & 윤현준 감독 인터뷰

by 신롬

지난 6월 11일, 사당역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서 <상실의 하루>를 연출한 윤현준 감독님과 마주 앉았다. 갑자기 찾아온 더위와 어색한 공기가 흘러갔지만, 은은한 커피 향처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여 곧 감독님의 따뜻하고 단단한 말투로 대화는 자연스레 깊어졌다. 그는 작품 이야기뿐 아니라, 일상과 고민, 그리고 자신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삶의 태도까지 솔직하게 나눠주었다. 그날의 대화를 글로 옮기며,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어떤 울림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DSC05417.jpg?type=w773 인터뷰 현장 스틸컷


Q. 영화감독이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말에 영화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매주 영화관에 가고 있고, 친구들이랑 항상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 순간, 영화 관련 직업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영화 관련 직종은 다양하잖아요? 영화배우도 있겠지만,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이야기 만드는 것 자체에서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외모 면에서도 부족하기도 하고 (웃음)


Q. <상실의 하루>를 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졸업 전 막 학년, 인생에서 가장 긴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15-20분이 아닌 30분짜리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6개월 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했죠. 첫 시나리오는 판타지 장르 시나리오를 완성했는데, 촬영 예산 문제로 현실적으로 각색했습니다. 제목 자체가 <상실의 하루>인 만큼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상실하고 있는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KakaoTalk_20250618_145637275.jpg?type=w773 <상실의 하루> 촬영 현장 스틸컷

Q. 어떤 연유로 줄거리가 탄생했나요?

처음에는 머릿속에서 그냥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 무의식 속에 죄책감이나 현재의 좌절감이 반영됐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엄마(나호숙)’처럼 실제 저희 친할머니도 치매 환자셨지만, 할머니께 많이 신경 쓰지 못한 후회가 영화에 무의식적으로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돈 문제로 앓는 전개 역시, 영화 제작에 있어 항상 예산 문제가 있다 보니 저의 무의식 속 결핍이 내재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상실의 하루>는 사실상 제 무의식 이야기로 만들어진 영화 같아요.


Q. 영화 작업할 때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나요?

색 보정 작업이든, 영화 관련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틉니다. 조용한 분위기보다 오히려 산만한 분위기가 더 집중력이 올라가는 느낌이라 따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지 않고, 앨범 단위로 듣는 걸 좋아합니다. 가장 많이 듣는 앨범은 ‘누자베스’의 <Modal soul>이고, ‘Tyler the creator’처럼 앨범 단위로 스토리를 응축해낸 아티스트 음악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 보는 것도 있습니다. 과거에 발견하거나 느껴보지 못했던 내용을 깨달으며 영감을 새로 얻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산책을 하거나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며 영감을 얻습니다.

KakaoTalk_20250618_145637275_08.jpg?type=w773 <상실의 하루> 촬영 스틸컷

Q. 작품을 만들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나요?

마인드셋이 중요합니다. 영화과 재학 당시, 영화 제작을 시작하거나 완성도에 미련을 가지고, 제작을 끝내지 못한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낀 바로는 포기하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시작해서 실패해서 얻는 게 훨씬 더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며, 실패를 통해 겸손과 내적인 배움이 있었습니다.


Q. 현재 영화를 제작하면서 포기했거나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많은 걸 포기했죠.(웃음) 잠은 기본적으로 포기했고, 동아리나 다른 개인 시간에 투자할 수 없이 오직 영화에만 쏟아야 합니다. 인간관계도 포기했고, 돈도 많이 포기했습니다. 지원금을 받는다 하여도 현실적으로 돈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리고 로케이션 촬영에 관련한 포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합리화를 많이 하는 요소인데, 원하는 장소가 있더라도 또 구하기 힘든 장소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므로 이러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KakaoTalk_20250618_145637275_01.jpg?type=w773 <상실의 하루> 촬영 스틸컷

Q. 관객과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나요?

영화라는 예술 매체 자체가 관객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만들어서 저 혼자 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요 (웃음) 영화는 양방향 소통이 무조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를 놓고 봤을 때, 각자의 소감과 생각이 다른 것처럼, 영화에 대한 수많은 메시지가 확장됩니다. 따라서, 영화는 항상 관객과의 양방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영화 장르가 있나요?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블랙코미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사회 부조리를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전달하는 장르 특징이 너무 신기하면서 만들기가 너무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지인에게 블랙코미디 시나리오를 보여주면, ‘재미없다’는 평가만 받고 (웃음) 하지만, 최근에 블랙 코미디 시나리오 2개를 완성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듭니다. 내년 초에 영화 촬영에 돌입할 것 같습니다.

DSC05422.jpg?type=w773 인터뷰 현장 스틸컷

Q. 앞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후배 감독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아직 조언할 경력이 안되는데요 (웃음) 일단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망하더라도 일단 도전하고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더 낫잖아요? 그리고, 감독이란 부담감을 지고 나아가는 만큼 스스로 대화하며 나라도 내 편을 들며 나아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2025년 7월 4일 오후 7시, 파주 헤이리 시네마에서 <상실의 하루> GV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문화예술 기획 단체 '머뜨러뜨(Merttrett)'에서 진행하는 행사이고,

영화 관람 이후에 감독님과 대화도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독립·단편 영화에 관심 많으신 분

조용하고 도란도란 대화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

깊은 대화와 사유를 나누고 싶으신 분 등등


행사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event-us.kr/merttrett/event/105988?utm_source=eventus&utm_medium=organic&utm_campaign=search-res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