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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Nov 13. 2020

조용히 스쳐 지나간다

<소리도 없이> ⭐⭐⭐

<위플래쉬> 이후로 영화도 안 보다가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소리도 없이>를 봤다. 예고편에서 봤던 유재명과 유이인 배우의 강렬한 인상으로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는 강렬한 인상이 나타나는 예고편과 달리 내용은 천천히 그리고 소리도 없이 결말을 향해 지나간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소리도 없이> 스틸컷

 

<소리도 없이> 감독 홍희정은 [별주부전]에서 모티브를 따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초희(문승아)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유괴된 돈을 받기 위해 같이 지내는 태인(유아인)의 모습이 마치 별주부전에서 용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토끼와 용왕님께 간을 하사하고 싶은 거북이로 연상하게 만든다. (태인의 민머리와 초희의 토끼 가면이 그 모습으로 상기시킨다.) 

 <소리도 없이>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초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수습을 하는 태인과 창복(유재명) 모습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은 봤어도 죽은 사람을 청소하는 시체 청소부의 모습은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시체 청소를 하는 태인과 창복 모습이 낯설게 느껴져 영화가 어떤 흐름이 이어나갈까라는 긴장감을 가지고 볼 수 있다. 이후 초희를 데리고 온 뒤 초희의 몸값을 받기 위해 태인이 초희를 임시보호를 맡는다. 이때 태인의 집에서 초희가 가족의 품으로 가기 위해 도망칠 틈을 보고 있고 태인은 이를 막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별주부전 이야기와 비슷해 보인다. 후반 흐름은 우리가 예상하는 줄거리를 스쳐 지나가고 빗나가게 흘러간다. 초희의 몸 값을 받는 창복을 보고 이제 초희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안도감에 빠지자마자 갑작스럽게 창복이 죽으므로써 긴장의 끈을 다시 쥐어준다. 그리고 태인과 초희가 좋은 사이로 남을 거 같은 순간에 초희가 신고를 하며 태인은 급히 몸을 숨기려 달린다. 이렇듯 <소리도 없이>는 영화에 끊임없는 긴장감을 쥐어준다.


하지만 영화가 계속 긴장감만 가진다면 영화 분위기가 다운될 수도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관객들이 영화와 눈치싸움을 할 수 있고 시체 청소부라는 주인공의 직업적 환경이 영화를 처음부터 암울하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소리도 없이>는 태인이 살고 있는 시골 풍경으로 긴장감의 완곡을 조절한다. 긴장감 있는 숏이 지나가면 <리틀 포레스트> 같이 조용한 시골 풍경과 잔잔한 풀을 보여주며 쥐락펴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환자의 붉은 피가 의사 눈의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초록색 복장을 입는 수술실 의사처럼 사람의 피를 보고 시체를 청소하는 청소부가 눈 앞에 푸른 밭이 보이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신기하게도 이 둘 모두 사람을 다룬다.)    


<소리도 없이>는 어쨌든 시체 청소부라는 불법 행위 직종 자라서 영화 속 그들이 결말에 해피엔딩으로 남기에는 사회적 물의가 일어날 수 있고 영화가 끝나고도 관객들이 찝찝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영화는 권선징악이 담겨있다. 시체 청소를 하지만 자신이 회개되길 바라는 창복은 그가 그토록 원하던 돈을 끌어안은 채로 계단에 미끄러져 죽게 된다. 그리고 교회 계단과 유리창은 그가 잘못된 행동을 저질러 얻은 벌이라고 말한다. 태인 역시 창복과 마찬가지로 불법으로 시체를 청소하고 중반에 여경을 생매장하는 장면이 있었기에 정확한 결말이 나오지 않은 열린 결말이었지만 생매장에서 여경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태인도 경찰에 붙잡혀 처벌을 받는 결말로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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