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인생이 예측불가능하게 설계된 것이 아닐까.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보았다.덩치는 참새와 비슷한데 경계심이 많은 편이라 오래지켜볼 수가 없다. 어쩌면 참새가 대범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참새 또한 참으로 귀엽구나. 귀여움에 몸서리를 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산속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리를 지어 다닌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이 귀여움 들을 보며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단 생각을 했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엔 마치 몰랐던 것을 깨달은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며칠 전에는 ‘당근’ 알람이 울렸다. 나는 당근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지내던 터였다. 한때 왜 팔리지 않을까 고심하며 끌어올리기를 몇 차례나 시도해 놓고선말이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기대하면 절대로 오지 않고 기대하지 않으면 내게 오는 것이 인생의 섭리라고.
우리는 숨 쉬듯 매 순간 기대하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괴롭다고 느끼면 내가 또 무언가를 기대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곤 기대 따윈 하지 말아야겠다고 또 다짐한다. 다짐한다는 것 자체가 또‘기대’하고 있다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제는 기대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모든 것들, 하물며 오지 말았으면 하는 것까지 나는 기꺼이 반겨야겠다. 기대감이 주는 고통스럽고 달콤한 망상보다 그것이 더 무해하고 즐겁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게 인생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이 예측 불가능하게 설계된 것이 아닐까. 예측 가능한 삶은, 기대에 부흥되는 삶은 어쩌면 생의 의지를 꺾어 버리고 죽음만을 기다리게 할지도 모른다. 너는 이렇게 귀여운 새들도 만나게 되고 당근으로 커피잔도 팔게 될 거라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그냥 지켜보라고. 인생은 그렇게 나를 살아가게 하려는 모양이다. 적절하고도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