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가 않다.
내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수없이 멍 때리던 지난 몇 주 동안 내가 살피고 파악하려 했던 것들은 나의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됐는지 깊이 들여다 보기를 회피했다. 매번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되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뎌지게 하려고 애쓰거나 떨쳐내기 위해 다른 이의 감정이 어떤 지부터 끈질기게 살피고 파악했다. 남의 감정 상태에 맞추는 것이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 감정은 남의 감정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라 여겼고 너무도 익숙해서 그것이 상당히 괴이한 것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감’에 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평생을 자신감이 결여된 체로 살아왔다. (다한증은 아마도 그것이 육체적으로 발현된 현상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젠 그런 상태가 너무나도 익숙해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무 문제없다고.
그런데 역시 이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결혼하면서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결혼 생활을 하는 내내 남편에게서 버림받을 것이 두려웠다. 내가 쫓아다니며 하자고 한 결혼도 아니었는데 결혼생활 내내 그 압박감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교묘히 숨겨진 체로 나조차도 인지를 못하다가 싸움이 일어났을 때 비로소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났다.
싸움의 원인이 나에게 있을 땐 자존심이고 뭐고 앞뒤 재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과했다.(그는 한 번도 단 한 번에 화를 푸는 법이 없었다.)그리고 그가 잘못했을 땐 겉으로는 화를 내지만 이미 맘 속으로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차 오르곤 했었다. (실제로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숱한 싸움의 경험으로 터득한 것은 내가 화를 내면 낼수록 상대방의 잘못 보다 나의 태도가 문제가 되어 결국 상대방에게 내가 더 미안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버림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사과를 듣는 대신 내가 사과를 하며 싸움을 마무리했는데 이 패턴은 무한반복되었다. 불합리하다 생각했지만 괜찮은 척했다. 적어도 버림받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므로
작년만 해도 나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과연 그것이 진심일까라는 것이다. 그를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진심일까 내가 나를 철저하게 속이고 언제나 그렇듯 또 내 감정을 회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사랑 뒤에 숨은 내 진짜 감정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