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야기 2

이혼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by 윤비
임경선 님의 책 '가만히 부르는 이름' 중에서




신경정신과에 간 적이 딱 한번 있다.


1년 전 남편과의 불화로 불안증세가 심해지고 잠을 잘 수 없어 수면제라도 처방받아야겠다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았다. 워낙 말라 있는 상태라 수면제 한 알을 쪼개서 처방받았고 처방받은 수면제를 몇 봉지 털어 넣었지만 여전히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숨쉬기도 힘들었고 조그만 소리만 들려도 불안해져서 온갖 소리에 반응하며 몸을 움찔거렸다. 먹으려고 애썼지만 구역질이 올라와 제대로 먹지 못했고 체중은 쭉쭉 빠져서 맞는 옷이 없었다. 나중에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 아무것도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그 당시 남편은

‘약에 의지하지 말고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혼을 했느냐? 아니. 우리는 함께 살고 있으며 그때 남편의 모든 말과 행동과 표정들이 평생의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남편은 내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임경선 님의 책 ‘가만히 부르는 이름’ 중 이런 글귀가 있었다.


‘결혼생활은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불행하다고.’


결혼의 불행이 얼마나 빈번하고 일상적이며 필연적인 것인지를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그 글귀에서 나는 위로받았다. 굳이 정량적으로 계산하자면 나는 결혼생활의 2/3 정도는 행복했고 1/3 정도는 불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1/3의 불행은 2/3의 행복을 뒤흔들 만큼 강력해서 결혼 전반을 불행한 것처럼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결혼 12년 차. 10년 차쯤 되었을 때 나는 이 결혼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 신혼 초의 피 터지는 싸움 없이 비로소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안정감과 행복을 느꼈었는데 작년 이혼의 위기를 겪고 난 뒤부터는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내가 충격받았던 사실은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에 남편은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사람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내가 특히 남편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남편은 자기감정을 숨겼다. 나는 끊임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감정을 그렇게나 숨기고 살 수 있다는 걸 몰랐고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 남편의 고백으로 그가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남편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게 자신의 욕구를 숨긴 체 결혼생활의 대부분을 맞춰주다가 혼자서 화를 키워왔으며 말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자신에게 맞춰 주기만을 한없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전혀 알아 체지 못하자 그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몹시 당혹스러웠다. 혼자 행복했었을지도 모르는 그 수많은 순간들이 민망했다.


결혼생활이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지는 것이겠는가? 나 역시 내 본성을 누르고 남편에게 맞추며 살아왔다. 다만 무조건 맞추기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내 감정을 표현하고 조율하고 타협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회피해 버리기만 하는 그는 이것을 언쟁으로만 여겼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내 뒤통수를 힘껏 후려갈기고 동굴 속으로 달아나 버린 것이다.


‘나 좀 혼자 있게 내버려 둬’


나는 그가 동굴 속에서 나오기를 참고 기다리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나에 대한 자책감으로 그를 이해해 보려고 굉장히 애썼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글쎄.


이제 그와 살아가려면 그의 행동을 한 번쯤은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말하지 않는 그의 본심을 추측하며 본마음이 나오도록 (그것도 그가 기분이 상하지 않게) 유도해야 하고 그가 말하지 않아도 혹은 본인 맘과 반대되는 말을 하더라도 찰떡같이 알아차려서 그의 맘에 착착 맞게 행동해야 그가 다시 동굴 속으로 도망치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맙. 소. 사. 난 이런 결혼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결혼 이야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