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둔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이 수월해질 것이란 말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이들에게 ‘이제 5분만 더 가면 되니 힘내세요’라고 하는 사람들의 응원처럼 그러니 삶을 포기 말고 이어나가라는 인류애 섞인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은 더 고되다. 그리고 애초에 삶이란 수월해질 수가 없다.
회사 생활도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오래됐다고 그것이 결코 수월해지는 법은 없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견디는 법을 배웠을 뿐 고난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고비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고 아마도 인생이 끝날 때까지 무한반복될 것이다.
고난이 닥칠 때마다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도 많았고 안간힘을 쓰지 않고 흘려보냈어야 하는 일들도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뭐든 안간힘을 써댔다. 그리고 너무 상처 받았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 정착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그 결과 나는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당연하듯 끊임없이 이어졌던 생각의 고리들도 어느 순간 느슨해지고 자기 연민과 자책감에 호소하는 일도 줄어든 듯하다. 상대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법도 이젠 조금은 알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1시간 뒤에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울부짖을지도 모른다. 그런 감정의 쓰나미가 몰려올 낌새가 느껴지면 나는 되뇌고 되뇐다.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이 아름다운 계절을 그렇게 헛되게 보내지 말자고 다독이고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