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나는 화병이다.

by 윤비
2020.10.19 밤


화병의 정의와 내용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한스런 일을 겪으며 쌓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긴 몸과 마음의 질병

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듯하며 뛰쳐나가고 싶고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증세와 불안, 절망, 우울, 분노가 함께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으로 봤을 때 나는 화병이 맞는 것 같다. 별일 아닌 것에도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치밀어 올라와서 머리가 아찔해지는 분노가 느껴지고 그러다가 우울하고 절망스러우며 끝에는 불안해진다.


내 나이쯤 되면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민 낯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나의 민 낯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것 같다.


‘나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지?

‘이제 와서 내가 노력한다 한들 달라질까?’

‘그 노력이 정말 내가 원하는 노력이 맞는가?’


17년을 버티고 버티며 회사를 다녔다. 돈 외에 내가 얻는 건 뭘까 그것 말고 있기는 할까?


12년을 버티고 버텨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남편에게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긴 할까?


도대체 내가 기를 쓰고 이 것들을 유지하려는 진짜 속셈은 뭘까 정말로 나를 위한 선택인 걸까?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모두 부정당하고 거부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혼자만 달려왔고 앞으로도 쭉 혼자서만 달릴 것 같은 절망감이 엄습해 오는데 더 이상 달리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도 아무 결단을 못 내리고 가슴을 탕탕 치며 죽지 못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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