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휩쓸고 간 자리

'안녕? 오랜만이다?'

by 윤비
KakaoTalk_20210408_173045879.jpg 음식남녀 중에서



인스타를 뒤적거리다 박성진 애인의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X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아름다운 사람임은 틀림이 없었다.


X와 만났을 당시에도 그의 행보들은 내 머릿속 완벽한 연애의 완성형을 또렷하게 실현시켜주었고 점점 아름다워지는 그녀를 보면서 대리만족까지 느낄 지경이었는데 다시 온 맘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역시나 아름다워지고 있는 현 애인의 모습을 보자니 나는 가슴 한 켠이 콕콕 쑤셨다.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은 변하기 마련이고 변했으면 하고 바랬던 일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주식’이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나의 근심과 우울과 모든 기타 등등의 문제들을 없애주는 듯하다가 4월이 되어서야 그것들은 뒤엉켜서 더 몸집을 키운 체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 내게 인사했다.


‘안녕? 오랜만이다?’


주식 말고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글로 해소했던 감정들을 아무 때나 입 밖으로 쏟아내곤 했다. 입 밖으로 내뱉으면 그 감정들은 하찮은 것이 되었다. 그건 어쩌면 내 어휘력의 한계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정말로 나는 하찮고 우스웠던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걸 들키기 시작한 것 같아 불안해졌다.


입 다물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나는 울고 싶어 졌다. 하루 종일 울음을 삼키는 기분. 가슴 중앙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번져서 몸통 상반신이 곧 터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멍청하고 우스운 내 속 날것의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슬픈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걸었다. 걷고 또 걷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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