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알고 싶을 때가 있었다.
무릎과 엉덩이가 축 늘어진 트레이닝팬츠 밑단을 울로 만든 목이 긴 양말에 쑤셔놓고 지내는 나는 어제 트레이닝팬츠를 양말 속에서 빼내고 무릎까지 오는 롱 다운을 주섬주섬 걸치고 단골 슈퍼로 갔다. 진열대를 한참이나 두리번거려봐도 킨더초콜릿이 안 보인다. 대신 트윅스, 드림카카오 72%, 몰티져스를 샀다. 혹시나 싶어 들린 편의점에 킨더초콜릿이 있다. 다행이다.
18년 전에 주삐리를 만났는데 한 번도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사준적이 없다.(회사에서 받은 초콜릿을 준 적은 있지만) 어제 새삼스레 남편이 좋아하는 킨더초콜릿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한 건지 취한척하는 건지 모를 상태로 귀가한 주삐리가 초콜릿을 보자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다고 노래 부르고 춤췄다. 네가 웬일로 이런 것을 챙기냐고 18년 만에 첨이라 그렇다고 비꼬는 투로 소파에 털썩 앉아서 킨더초콜릿을 제일 좋아한다며 오물오물 까먹었다.
초콜릿을 다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내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취한 것보다 더 취한 척하면서 웃으면서 날뛰는 게 주사인데 빡친 나는 ‘마이네임’에서 박희순이 한소희한테 알려준 대로 미간, 인중, 턱, 명치, 성기를 공격했다. 주삐리는 꺄르륵 거리며 주방에 쓰러졌다. 주방에 쓰러진 주삐리가 지칠 때까지 나는 ‘미간! 인중! 턱! 명치! 성기!’를 외치며 공격했다. ‘아하하핫하하핫 이. 이런 걸 어디서 배웠는데!! 우하핫하하하핫하하’ 좋아한다.
나는 남편이 술 취해서 웃을 때마다 울고 싶은데 웃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억울하고 자기 연민에 빠질 때만 우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어이없는 드라마를 보고도 우는 사람이다. 그런데 본인이 힘들 땐 울지 않는다. 아니, 내 앞에 울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까?
그건 아직도 알 수 없다. 18년이 지나도 말이다.
모든 걸 알고 싶고 알아야 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알아도 모른 척하거나 모르고 지나가는 일도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